[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모성보호제도가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간호사들이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를 이용하기 쉽지 않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의료기관 간호사 모성보호 실태와 해결 방안을 위한 토론회’에서 안종기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기획조정실장은 자교 노동문제연구소에서 의료기관 간호사의 모성보호 노동여건 현황과 관련된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조사는 최근 3년 내 임신, 출산 경험을 한 전국 병원 근무 간호사 473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최근 3년 내 모성보호제도를 전혀 사용하지 못한 임신·출산 간호사가 27%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모성보호제도는 출산 전후 휴가 및 배우자 출산휴가, 유급 태아 검진 시간, 임신 중 1일 2시간 노동시간 단축, 임신 중 쉬운 업무 전환 요구, 육아기 노동시간 단축, 유급 수유시간, 난임 치료 휴가 등이 있다.
이 중 출산 휴가를 제외하면 다른 모성보호제도 사용률은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출산전후 휴가를 사용한 간호사는 최근 3년간 65.8%에서 76.5%까지 이르렀으나 나머지 제도 사용률은 최대 25.1%에서 최소 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 자율적 임신 등을 할 수 없는 이유로는 동료의 업무 과중과 직장 분위기를 많이 꼽았다. 특히 3교대를 하는 간호사 66.3%, 20대 간호사 76.4%가 자율적 임신을 할 수 없었던 이유로 동료에게 업무가 가중되는 것을 꼽았다.
육아휴직 미사용 이유로 20대 간호사는 인력 부족으로 인한 동료부담(44%)을, 30대 이상 간호사는 직장 분위기(30대 32.2%, 40대 34.7%, 50대 31.9%)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실제로 임신, 출산, 육아(휴직)로 인해 불이익을 경험한 간호사는 21%였다.
의료기관 종류별 차이를 살펴보면 사립대병원에서 모성보호 노동여건이 가장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대병원 간호사들은 임신, 출산, 육아(휴직)로 인한 불이익을 경험한 비율(23.7%)과 모성보호제도 미사용률(28.6%)이 제일 높았다.
“모성정원제 통해 결원인력 대비 정규직 대체인력 확보”
모성보호제도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으로는 모성정원제를 통해 모성보호제도 사용에 따른 평균 결원인력만큼 정규직 대체인력을 채용하고 별도 인건비를 지급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오선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국장은 “동료들의 고생을 생각해 임신순번제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모성보호제대를 제대로 쓰기 위해 모성정원을 별도 관리하는 모성정원제를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민간병원도 의료서비스 질과 환자안전, 노동인권 보호를 위해 적정인력을 고려한 정원규정을 두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선영 정책국장은 “최근 3년간의 육아휴직자에 대한 평균 결원인력을 고려해 별도 정원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의무화해야한다. 비예산조직이라 하더라도 모성정원에 대한 인건비는 별도로 지원해 대체충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모성보호제도 사용률 개선에 대해 보다 큰 범위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부회장은 “모성보호는 관련 법 한 두 개를 개정해서 완전히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병원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구조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인식 변화, 협력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성정원제에 대해서는 “병원장의 입장에서 출산율, 모성보호로 인한 경력 단절 기간을 재량적으로 정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며 “모성정원제를 도입하려면 병원 인력 상황 고려해 강제적이 아닌 필요한 곳만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승령 보건복지부 간호정책 TF팀장은 “지금까지의 제도가 출산, 임신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을 개선하는 인프라를 마련했다면 앞으로는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연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홍 팀장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10월에 시행되면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다만 의료기관 내 다른 직역의 여성 근무자들과 갈등이 생기지는 않을지 염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