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통과에도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입법 목전에서 폐기된 '간호법'이 다시금 불씨를 지피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최대 걸림돌 중 하나였던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내용 삭제가 추진되면서 향후 판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데일리메디 취재결과 간호법 재발의를 준비 중인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 등은 해당 법안에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간호 관련 학과 졸업자로 제한하는 내용을 삭제하는 방향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간호계 숙원사업인 간호법 제정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지만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여러 의료단체 반대에 부딪치며 지난 5월 30일 최종 폐기됐다.
이후 간호계와 민주당은 절치부심으로 간호법 재발의를 준비했다. 특히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여러 보건의료단체 요구사항을 수렴해 내용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이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간호법 제정에 극심하게 반대했던 내용으로, 협의 끝에 해당 조항을 수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고영인 의원실 관계자는 "간호법을 재추진하면서 발표한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 다른 직역과 합의할 수 있는 수용성 높은 법안을 만들자는 게 우선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간호조무사협회가 요구한 학력 제한은 최종 법안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협의 중"며 "현재 법안을 마무리하는 단계로, 국정감사와 별개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재발의가 목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은 간호조무사의 학력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해당 조항 수정을 반대해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영인 의원실은 또다른 보건의료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는 별도의 의견조율을 진행하지 않았다.
고영인 의원실 관계자는 "의사협회는 간호법의 특정 내용이 아닌 법안 자체를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인 만큼 협의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간호조무사협회 "요구사항 반영되면 반대할 이유 없다"
간호조무사협회가 주장한 '학력 제한'이 삭제된다면 향후 간호법 재추진시 의료계 갈등 양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지난 간호법 추진 당시 간호법 저지를 위한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로 활동하며,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총파업 등 적극적인 활동을 보였다.
특히 지난 5월 3일 진행한 간호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반대하는 부분파업에는 간호조무사 2만여명이 참석해 파업 수위를 높여나갔다.
하지만 간호조무사협회는 이전부터 간호법에 '학력 제한 철폐' 요구가 반영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간호협회 등과 논의를 거쳐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철폐를 논의하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 의원총회에서도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협회 요구 내용이 반영됐다면 법안 제정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하지만 아직 재발의된 간호법 조문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