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의료기관의 신규 간호사를 수개월에 걸쳐 순차적으로 발령하는 일명 ‘대기간호사’ 문제 개선을 위해 정부가 병원 및 간호단체와 공동 노력에 착수한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일부 대형병원은 간호사 긴급 사직에 따른 인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규간호사를 한꺼번에 채용하고, 필요시 순차적으로 발령하는 ‘대기 순번제’를 운영해 왔다.
합격 후 최장 1년 이상 대기 상태에 있는 ‘대기간호사’는 긴 대기기간에 대한 불안감, 채용 후 임상 부적응 문제 등을 호소해 왔다.
동시에 병원들은 다른 병원의 긴급 발령에 따라 근무중인 간호사의 긴급 사직으로 발생하는 인력 공백 및 수급난의 어려움을 제기했다.
이 같은 문제 해소를 위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22개소는 오는 2024년도부터 신규간호사 대상 동기간 채용 면접제를 자율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2024년도 채용(2025년도 임용)부터 수도권에 소재한 전체 상급종합병원 22개소는 신규간호사 최종면접을 7월 또는 10월 중 특정 기간에 실시하기로 자율적으로 협의했다.
이들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는 총 4만179명으로 전체 활동 간호사의 15.8%를 차지한다. 면접 시기는 매년 초 병원 간 일정을 자율적으로 조율해 결정하게 된다.
지난 2019년부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등 서울 소재 대형 상급종합병원 5개소가 자율적으로 실시한 ‘동기간 면접제’를 확대하게 된 것이다.
동기간 면접제는 오는 2026년 채용까지 3년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그 효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지속 및 확대 여부를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복지부 간호정책과는 “병원 중복 합격 감소로 간호사들의 연쇄 이동도 줄어 중소병원의 긴급한 인력 공백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아울러 복지부는 ‘신규간호사 채용 가이드라인’을 마련, 배포하면서 병원협회 및 간호협회와 함께 “대형병원의 자율적인 개선 노력을 뒷받침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간호사 채용 시 ▲대기 순번과 입사 예정월 고지 ▲필요인력 정확한 추계와 정기적 발령을 권고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전국 500병상 이상 규모 종합병원 329개소, 상급종합병원 45개소를 대상으로 하며, 2024년(2025년도 임용)부터 적용된다.
필요 인원에 대한 정확한 추계와 정기적 발령을 통해 발령 대기기간을 줄이고, 입사 예정월과 대기 순번 안내로 ‘대기 간호사’의 채용 불안정성을 완화하게 된다.
이미 강북삼성병원 등 일부 의료기관은 지난해부터 신규간호사 분기별 발령제(매년 3월, 6월, 9월, 12월에 정기 발령)를 도입했다.
아울러 임상 적응 교육‧훈련 기간을 연장한(1개월 → 3개월) 결과 2023년 신입간호사 사직률이 전년 동기간 대비 3.8%p 감소했다. 발령일 사전고지 이후 간호사들 만족도가 높아졌다.
복지부는 병원협회, 간호협회와 함께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알리면서 현장 어려움을 수렴, 개선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윤동섭 병원협회장은 “신규간호사 채용 가이드라인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동기간 면접 확대는 대형병원 신규간호사 중복 합격과 임용포기 인원을 최소화해 중소병원 간호인력난 해소에 동참한다는 취지”라며 “간호인력난이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경 간호협회장은 “간호사 적정 수급과 관리는 환자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민 건강권 보호가 국가의 주요 책무임을 감안했을 때, 이번 방안들은 대기간호사 행태의 근절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오랜 관행인 ‘대기간호사’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 의미가 크다”면서 “간호사 불안감 해소뿐 아니라 대형‧중소병원 전체의 간호사 인력관리 효율성을 높이고 수급난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