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3] 의료계가 간호단독법·의사면허취소법 저지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새롭게 발족한 비대위를 중심으로 의료 악법을 철회하는데 사력을 다한다는 목표다.
병원계 역시 현안 대응에 적극 뛰어들 방침이다. 임시국회가 열리는 3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 표결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속하게 그리고 전략적인 대응을 구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의협 박명하號 비대위 공식 출범…“각 직역 대표자 인선”
지난 2월 23일 의협 간호법 및 의사 면허취소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이 최종 선출됐다.
박명하 비대위원장은 선거 후 1주일만에 비대위 구성을 마무리하고, 지난 3월 4일 발대식과 함께 1차 회의를 개최했다.
간호법 저지 비대위는 박명하 위원장을 필두로 집행위원회가 주축이 됐다. 집행위원회 아래 투쟁위원회와 4개 본부가 설치됐다.
집행위원회에 속한 비대위원은 박 위원장을 포함한 9명이다. 이들은 비대위 활동에 대해 의결, 집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대한의학회 정지태 회장, 한국여자의사회 백현욱 회장, 의사협회 대의원회 이윤수 부의장, 서울시병원회 고도일 회장, 대한일반과의사회 좌훈정 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신정환 회장,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전(前) 회장 등이 비대위원이다.
박명하 비대위원장은 투쟁위원장도 겸직한다. 투쟁위원회 부위원장은 노원구의사회 조문숙 회장과 서울시의사회 황규석·이태연 부회장이 인선됐다.
4개 본부는 ‘조직강화’, ‘대외협력’, ‘홍보’, ‘지원’으로 구성됐다. 조직강화 본부장과 부본부장은 각각 전남의사회 최운창 회장, 구로구의사회 한동우 회장이 맡았다.
대외협력 본부장은 강원도의사회 김택우 회장, 부본부장은 의협 대외협력이사가 담당하고 있다. 홍보 본부장과 부본부장은 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 대전시의사회 임정혁 부회장이다.
대변인과 부대변인은 각각 병원의사협의회 정재현 부회장, 성남시의사회 김경태 부회장이 선임됐다. 16개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은 자문단을 맡으며, 비대위 투쟁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박명하 비대위원장은 “인선 기준은 각 직역을 대표하는 인물이며, 국회 대상 투쟁을 해야 하기에 서울 및 경기도의사회가 힘을 써달라는 대의원회 요구를 적절히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함께 비대위원장 선거에 나왔던 분들에게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참여 의향을 물은 결과, 주신구 회장이 수락해 함께 투쟁에 나서게 됐다”고 부연했다.
“3월내 의료 악법 저지 성과 내도록 총력”
이렇게 진용을 갖춘 비대위는 1차 회의를 진행하고, 로드맵을 마련했다. 비대위는 우선, 국회 표결 절차 진행 전인 3월 의료 악법 저지를 위한 결단을 낸다는 전략을 세웠다.
대국회 채널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을 강하게 압박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2월 26일에는 여의도에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와 함께 5만명이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규탄 총궐기대회를 이끌었다.
3월 3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와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규탄 시위를 진행했다. 이런 노력에도 표결에 나선다면 단식과 파업까지 배제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1차 회의를 마친 박명하 위원장은 “이달 안에 승부를 보겠다.
국회 표결 절차가 진행되기 전까지 돌파구를 찾아내겠다. 국회에 의료 악법이 상정되지 않거나 폐기될 수 있도록 투쟁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위해 전국 의사 회원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 투쟁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겠다”며 “유튜브 등 홍보영상물을 제작해 대국민 설득에도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의협 비대위는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들과 연대를 이어가며, 현재 비대위 자문단인 16개 시도의사회장들과 함께 모든 회원 동원에 노력하고 있다.
의협 집행부 · 대의원회 “비대위 적극 지원”
비대위가 간호법 및 의료인 면허취소법 철회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현 의협 집행부의 지원이 필요한 만큼 원만한 관계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이필수 집행부는 비대위 지원을 위해 예비비 4억원을 배정했다. 집행비는 대의원회 의결 없이 사용 가능한 예산으로, 사용 경과는 오는 4월 정기총회에서 보고하면 된다.
이필수 회장은 “의협 집행부는 비대위가 간호법과 면허 박탈법이라는 의료악법을 반드시 막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며 “집행부와 비대위가 합심해야 악법을 막고, 회원 권익은 물론, 보건의료체계 붕괴를 막고 국민 건강권을 지킬 수 있도록 비대위가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의장도 “임총에서 많은 대의원의 지지를 받아 비대위가 설치돼, 선거를 거쳐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었다”며 “대의원들에게 약속한 바와 같이 운영위에서 비대위원장 의견을 전폭 수용,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고 밝혔다.
공분(公憤) 병원계 “의사 무시·의사 길들이기”
병원계 역시 간호법·의사면허취허법 강행 처리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했다. 국내 유수 대학병원 원장들은 지난 3월 16일 기자회견까지 열며 병원계의 정서를 전했다.
대한병원협회 윤동섭 회장은 “간호법은 절차적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직역 이익만을 위해 무리하게 통과된다면 의료계 내 반목과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민생 해결에 매진해야 할 국회는 2020년 의사파업 이후 의사 무시하기 또는 의사 길들이기 식으로 대응하며 의사면허법 등과 같은 무리한 법안을 다수 발의해 왔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범죄 유형과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범죄로 면허취소 사유를 확대하는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타 직종과의 형평성에도 위배된다”며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원협회는 13개 보건의료연대 소속 단체들과 함께 의사면허법과 간호법 제정안 철회를 위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