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지난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고 2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간호사들이 체감하는 직장 내 괴롭힘인 ‘태움 문화’의 개선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계의 고질적 문제로 여겨지는 직장 내 괴롭힘 ‘태움’은 사람을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 사이에서 서열에 따라 행해지는 각종 괴롭힘을 뜻한다.
행동하는 간호사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간호사 대다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지만 절반가량은 법 시행 이후로도 아무런 변화를 느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90%는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모른다’는 10%에 그쳤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직장 내 부당대우가 얼마나 줄었냐는 응답에 ▲전혀 변화없다 11% ▲거의 변화없다 33%로, 절반가량이 실제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부당대우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 ‘심각한 편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45%로 가장 많았으며 ▲심각하지 않은 편이다(44%) ▲매우 심각하다(11%) 등으로 조사됐다.
설문조사를 통해 취합한 직장 내 부당대우 사례를 유형별로 분석해 봤을 때 대부분의 유형은 지난해에 비해 빈도가 감소했으나 업무제외, 사직종용 등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부당대우 유형 중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사례는 폭언과 무시였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간호사 A씨는 “의사 폭언이나 폭행에 문제제기도 해봤지만 상급자가 쉬쉬하거나 오히려 스스로 잘못도 있지 않냐며 되려 사과를 강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호사 B씨는 “인사도 받지 않고 대학 나온 것 맞냐고 무시하는 발언도 들었다”며 “다음 근무자가 인계를 받지 않아 주간 근무였는데도 결국 이브닝 시간에 같이 퇴근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 외 신생아실과 건강검진센터, 외래, 병동, 주사실 등 연속성이 없는 부서에 주기적으로 이동시켜 퇴사하게끔 만드는 사례 등이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개정 근로기준법은 2019년 7월 16일부터 적용 중이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나 사용자의 조치 의무 등을 강화한 개정안이 올해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간호사회는 이러한 간호계 특유의 ‘태움’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를 축소해 전체적인 업무량을 감소하는 구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간호사회는 “간호사가 병원에 처음 들어가서 배우는 일과 경력직 선배 일은 중요도나 강도 등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데 이런 특성이 인격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며 “문제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에는 너무 빡빡한 근무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간호사의 전체적인 업무량 감소와 의식 변화를 위한 교육 강화, 간호부 외부 상담시설 구축, 가해자 처벌을 강화 등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간호사 승진 평가체계에 직장 내 부당대우 가해 등을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들은 “신규간호사에게 간호직 동료로서 간호에 대한 가치, 중요성, 노동 등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당장 과중한 업무를 나눠야 하기 때문에 일방적 훈련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간호의 전문성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라도 우리 근무조건에 대한 관심은 필수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경력 간호사들이 앞장서서 직장 내 부당대우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부당대우를 받을 시 용기 내 가해자에게 거부 표현을 해야 한다”며 “해결되지 않을 경우 증거를 수집해 노동조합 및 국가인권위원회 등 여러 관련기관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