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병역비리’ 사건 수사결과 무려 137명이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병역면탈 명단에 의사와 의대생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정부가 병역면탈 예방 대책으로 ‘요주의’ 의사와 질환 리스트를 바탕으로 하는 ‘경보시스템’ 구축을 예고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남부지검과 병무청 합동수사팀은 13일 허위 뇌전증 진단을 위한 맞춤형 병역면탈 시나리오 가담자들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병역의무를 면탈한 병역기피자 108명과 이를 도운 담당 공무원 및 브로커, 의료인 등 공범 29명을 적발했다.
주목할 점은 검은 돈으로 신성한 병역의무를 오염시킨 기피자 명단에 현직 의사와 의대생 등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의사 A씨(30세)와 의대생 B씨(29세)는 브로커와 공모해서 뇌전증을 거짓으로 꾸며내고 병무청에 허위 진단서를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은 혐의다.
다만 병역면탈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피의자 중에는 의사 자녀도 포함돼 있고, 무엇보다 뇌전증 진단은 결국 의사가 내리는 만큼 수사의 칼날이 의료계 종사자를 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단순 방조를 넘어 병역면탈을 위해 브로커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실상 범행을 주도하거나 적극 가담한 한의사 C씨도 공범으로 함께 기소됐다.
의료인이 브로커와 짜고 조직적으로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주는 등 병역을 면제받거나 감면받도록 도왔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의사가 발급하는 진단서가 병역면제의 결정적 역할을 하는 만큼 이번 사건에도 의료인의 공모 가능성이 제기됐고, 수사를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향후 의료인의 병역면탈 공모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예고했다.
우선 병무청은 이번 수사에서 면탈 사례가 대거 적발된 뇌전증에 대해서는 대한뇌전증학회 등 전문가 자문을 거쳐 신체등급 판정기준을 보완키로 했다.
영상검사 및 소변검사는 물론 혈액검사를 추가해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았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특히 뇌전증 판정기준 강화로 다른 질환으로의 병역면탈 시도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단기간에 면제 판정이 증가한 질환은 ‘중점관리 대상질환’으로 선정, 예의주시 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높은 면제율이 나타나는 의사를 추출해 현미경 심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일종의 ‘조기경보시스템’을 가동하겠다는 얘기다.
병무청 관계자는 “병역비리는 우리 사회 공정과 통합을 저해하는 중대범죄”라며 “병역면탈 의심자 추적관리 고도화를 통해 의료인의 공모 가능성을 차단코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병역면탈 범죄는 언젠가는 반드시 밝혀지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며 “병역비리 근절을 위해 의료인들도 함께 노력해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