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지난 5월 휘어진 코 때문에 평소 스트레스를 받던 30대 여성 이정현 씨(가명)는 오랜 고심 끝에 성형 수술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수소문해 찾은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마친 그는 며칠 후 황당한 일을 겪었다. 병원에서 이 씨 수술 사진을 사용, 성형 정보 앱(애플리케이션)에 후기를 작성한 것이다.
이 씨는 "상담을 받을 때 후기를 작성하면 수술 비용을 할인해주겠다는 제안에 동의한 건 맞으나 병원이 사진까지 일방적으로 사용할 줄은 몰랐다"면서 "이를 병원에 항의했지만 병원에서는 오히려 합의한 내용이라는 답변을 내놨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지난 1월 20대 여성 최진영 씨(가명)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최 씨는 성형 앱에 후기를 작성하는 조건으로 할인된 가격에 눈수술을 받았으나 병원에서 후기를 직접 작성해야 한다며 최 씨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요구했다.
최 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정보를 넘겨줬지만 이내 후회하고 말았다. 그는 수술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데도 병원에서 수술 사진을 교묘하게 편집해 "만족스럽다"는 후기를 남겼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의사와 다르게 작성된 후기를 보고 자신도 똑같이 가짜후기에 속았다는 생각에 울분을 토로했다.
최근 이처럼 미용·성형 정보를 제공하는 앱에서 단순히 불법 의료광고를 넘어 환자 개인 정보를 취득해 후기를 조작하는 이른바 '가짜후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의료소비자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앱에서 오히려 환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고질적 가짜후기 막을 인식 제고와 실효 대책 시급
성형외과 가짜후기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7년 수 천명의 개인정보를 사들여 인터넷 카페에 가짜후기를 올린 성형외과 원장과 광고업체 직원이 무더기로 적발돼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2019년에는 지역 커뮤니티인 맘카페에서 자문자답으로 허위 광고로 수십억 원을 챙긴 병원 관계자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실제 대한의사협회도 오래전부터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해왔다.
의협은 그동안 일부 의료기관에서 환자 개인정보와 진료기록 등을 동의 없이 온라인 매체에 게시하는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며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며 자중을 요구했다.
그러나 최근 미용·성형 정보를 제공하는 앱이 속속 등장하면서 덩달아 가짜후기도 활개하는 분위기다.
국내 최대 미용·성형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책을 내놓기도 했다.
강남언니는 먼저 결제 영수증 인증 시스템을 도입해 가짜후기를 근절에 나섰다.
그러나 실상 실효성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병원이 환자에게 계정 양도 받아 후기를 작성할 경우 구분하기 쉽지 읺기 때문이다.
실제 강남언니 관계자는 "단순히 후기를 작성하면 수술 비용을 할인해주는 것을 넘어 환자에게 계정 정보를 받아내 후기를 직접 작성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남언니는 지난 6월 가짜후기 패널티 정책을 도입하며 해결에 나선 상황이다.
패널티 대상은 시술 후기를 작성하도록 강요하거나, 후기를 작성하면 할인을 해주는 경우다. 특히 후기 보증금을 요구하거나 후기를 작성하기 위해 환자에게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도 포함됐다.
강남언니 관계자는 "패널티 정책을 시행한 이후 지금까지 퇴점 조치를 내린 사례는 없지만 다수의 병원을 적발해 조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거짓 후기로 환자를 유인, 알선하는 행위는 모두 의료법 위반이다. 문제는 의료법 위반 사항이 확인되더라도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어 재발 방지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불법 의료광고로 적발된 1630건 가운데 처벌받은 사례는 단 25 건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