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수첩] 대한간호협회가 최근 대의원총회를 통해 제39대 회장선거를 4달 연기해 내년 2월 진행키로 결정했다. 지난 38대 대의원총회가 코로나19로 인해 8달 이상 지연됐던 점을 고려하면 회장선거는 기존 계획보다 1년 정도 연기된 것이다.
이로써 현 신경림 간호협회장은 장장 9년 동안 협회장직을 수행, 협회 최장기 회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정인 한 명이 9년 동안 수장 자리를 지키며 장기적으로 협회를 이끄는 일은 대한의사협회 등 타보건의료 직능단체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대한간호협회에서는 지난 16, 17, 18, 21대 회장으로 8년간 지도자로 활동한 김모임 회장 이후 최장기 집권이다.
신경림 회장은 지난 제31대 간호협회 부회장 및 제32, 33대 회장을 역임한 뒤 2012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해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후 제37, 38대 회장 선거 또한 단독출마로 당선돼 현재 4번째 회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제38대 회장선거는 2020년 2월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총회 일정을 6번 연기한 끝에 같은 해 10월 개최됐다.
이에 따라 39대 회장선거 역시 기존대로라면 올해 2월 진행됐어야 하지만 간호협회는 관련 규정 및 보건복지부 유권해석, 법률자문 결과를 토대로 2023년 2월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실시키로 의결했다.
간호협회 임원진 선거에는 항상 꼬리표처럼 빠지지 않고 따라붙는 단어가 있다. 바로 ‘간선제 논란’이다.
실제 간협은 지난 1958년 제정된 정관에 의해 대한의사협회나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타 보건의료단체들과 달리 60년 이상 '간접선거'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보건의료 관련 단체 중 지금까지 간선제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간협이 유일하다.
간협의 간선제 고집에 회원들은 ‘특정인만 당선 가능한 그들만의 리그’라고 비판하며 직선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내년 임원선거를 앞두고도 벌써부터 잡음이 들려오고 있다.
행동하는간호사회는 대한간호협회 임원 선거 연기 결정에 대해 “언제까지 비민주적인 간선제를 지속할 것이냐”고 날을 세웠다.
그들은 “간협은 60년이 넘도록 간접선거 형식을 유지하고 조직 운영에 있어 주체인 회원 권리를 무시하는 행태를 지속해 비판받고 있다”며 “회원 수 800명당 혹은 400명당 1명으로 대의원 배정 기준은 있지만, 입후보 신청 등 선출 과정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전할 수 있는 의사전달 과정은 거의 전무하다”며 “대의원 선출 과정 자체가 비공개라 일반 회원이 어떻게 대의원이 될 수 있는지 한 번도 공개되거나 홍보된 적이 없다. 이런 조직 운영은 직접민주주의도, 대의민주주의도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임원선거 실시 시기 변경을 안건으로 상정한 대의원총회 회의록 공개와 안건 사전 공지 등에 관한 질의서를 간호협회에 요청한 상태다. 행간 관계자는 “간호협회에서 확인해보겠다는 말 뿐 답변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는 그간 간선제로 임원진을 선출하는 과정에 큰 문제점이 없었으며, 직선제 도입 시 막대한 선거비용과 저조한 참여율로 인한 대표성 논란, 인터넷 투표의 공정성 등 여러 부작용 도입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갈등은 지난 2020년 38대 회장선거 직전 극에 달해 선거 하루 전날까지 행동하는간호사회는 대한간호협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선제 선출을 촉구했다.
간호사들 오랜 숙원인 간호법 제정을 코 앞에 두고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는 간호협회는 회원들과 갈등이 아닌 더 더욱 돈독한 화합이 절실하다.
간선제 논란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간호협회가 차기 회장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변화의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