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사건 후 '마약 도매상' 비화된 의료기관
경찰, 병·의원 10곳 추가 압수수색 등 수사 확대···의사 年 8000여명 '셀프처방'
2023.09.12 05:55 댓글쓰기

#지난 8월 2일 서울 압구정역 인근에서 차량으로 행인을 들이받은 소위 ‘롤스로이스’ 사건의 가해자 신 모씨가 서울 강남 일대 성형외과를 돌며 마약류 의약품을 투약한 이력이 드러났다. 경찰이 사건 당일 신씨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A의원을 조사하자, 이곳에서는 지난 2년 새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이 약 2배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타깃은 A의원 뿐만이 아니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가 마약류를 처방 받은 사안에 연루돼 압수수색을 받은 병의원이 9월 11일 기준 10곳을 넘었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경찰이 유통 단속·처벌 강화·근절 캠페인에 나선 가운데 최근 마약 연계 범죄가 잇따라 터지면서 단속 타깃이 의료기관으로 재확산되는 모습이다. 


의학적 판단이라는 명분 하에 새로운 마약의 온상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정치권은 의료기관들의 마약 처방 실태를 공론화하고 나섰고, 의료계는 불법을 자행한 회원들에 대한 징계에 나서고 있다.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 내원 강남 某의원, 향정약 처방 4년새 '4배 증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용 마약류 안전사용 기준에 따르면 간단한 시술 및 진단을 위한 프로포폴 투약 횟수는 월 1회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이번 롤스로이스 사건과 연루된 A의원에서 2020년 790명이었던 향정신성의약품 처방 환자는 2022년 1593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자료출처 인재근 의원실 
처방 건수는 2020년 1078건에서 2022년 3746건으로 약 3.5배 많아지는 등 더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처방량은 2020년 1655개에서 2022년 6622개로 무려 4배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6월) 기준 처방환자 1433명, 처방건수 3058건, 처방량 9140개로 이미 예년 수준을 뛰어넘었다.  


해당 병원에서 연도별 향정신성의약품을 가장 많이 처방받은 상위 20명을 분석한 결과, 한명은 지난해 13건에 걸쳐 총 47개 프로포폴을 처방받았다.


문제는 이곳에서 연간 12개 이상 프로포폴을 처방받은 사람이 2020년 2명 뿐이었지만 2021년 7명, 2022년 16명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18명이 프로포폴을 12개 이상 처방받았다. 


또 다른 환자는 지난해 280개 졸피뎀을 처방받았는데, 지난해 이곳 졸피뎀 처방 총량인 560개의 절반이나 된다. 


연간 8000여명, 전체 의사 중 11% ‘셀프처방’···“자체 점검 등 관리 부실”   


이 같은 의료기관 내 마약류 처방 실태는 처방권을 가진 의사가 스스로 처방하는 ‘셀프처방’과 의료기관 차원의 점검 시스템 보유 여부로 번지고 있다. 


최근 의사들이 허위로 수술한 것처럼 꾸민 뒤 프로포폴을 대량으로 빼돌려 유통한 혐의로 경찰 수사선상에 올라, 일부 의사가 마약 불법 유통주체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국회에서는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재근 의원은 “향정신성의약품을 오남용하는 의료기관과 의료인을 일벌백계하고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고 피력했다. 


금년 1월 의사들의 마약류 셀프처방을 제한하는 내용의 마약류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연숙 의원(국민의힘)은 의료기관 셀프처방 실태를 고발했다. 


최연숙 의원실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따르면 최근 3년 간 매년 전체 의사 중 11%인 8000여 명(치과의사 포함)이 마약류 의약품을 셀프처방했다. 


2020년 이후 올해 5월까지 의료용 마약류 셀프처방이 확인된 의사는 총 1만5505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활동 의사인 11만2321명과 치과의사 2만8015명의 약 11%에 해당한다. 


연도별로는 ▲2020년 7795 명 ▲2021년 7651 명 ▲2022년 8237 명 ▲2023년 5월 기준 5349 명이었다. 



특히 某요양병원 소속 의사는 지난 한 해만 마약성 진통제와 졸피뎀, 항불안제 등 무려 16만정의 마약류를 셀프처방했다. 이는 하루 평균 440정을 매일 먹어야 하는 양이다. 


마약류 셀프처방 의사 소속 기관을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개인의원이 541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종합병원 1101명 ▲상급종합병원 701명 ▲병원 499명 ▲치과병원과 치과의원 226명 ▲공중보건의료업 122명 ▲요양병원 114명 ▲한방병원 59명 순이었다.


종별 의료기관 및 건수로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종합병원 376개소 중 242개소(64.4%)에서 의사 셀프처방이 확인됐으며, 이어 병원 1707개소 중 337개소(19.7%), 의원 3만2627개소 중 5189개소(15.9%)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의료기관 자체적으로 마약류 셀프처방을 단속하는 경우는 적다는 것이다.  


국립대병원에서 자체 전산시스템으로 의사들의 마약류 셀프처방을 자체적으로 막는 곳은 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등 일부에 그쳤다. 



최연숙 의원은 “아주 일부에 불과하지만 마약류 셀프처방을 금지한 병원이 있다는 것은 병원 내부적으로도 마약류 셀프처방의 위험성과 제재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숙 의원은 “의사들의 마약류 오남용은 본인 문제 뿐 아니라 환자 진료권 침해와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다. 의료용 마약류 셀프처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 프로포폴 유통 의사들 징계·형사고발···“일벌백계 천명” 


한편 국민적 공분을 산 사태들에 대해 의료계도 자정을 위해 나서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 의협)는 허위 수술 후 프로포폴을 유통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회원들을 6일 중앙윤리위원회에 징계심의를 부의,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의협은 “해당 회원들 혐의는 의료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프로포폴 등 향정약 불법 유통에 가담해 국민 생명과 건강에 위해(危害)를 가할 우려가 있는 회원들의 행위에 대해 적극 나서 일벌백계로 대응하겠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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