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지방 간 의료 인프라 격차가 시험관 아기 성공률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출산율 제고 일환으로 대책이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돼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지현 차의과대 분당차병원 난임센터 교수가 서울대, 고려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배아이식 4만4038건을 분석한 결과, 비수도권에 거주하거나 실직 상태일 경우 이식 성공률이 낮다는 연구결과를 ‘대한의학회지’ 9월 25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취업 상태, 소득 수준, 거주 지역 등 사회경제적 지위와 체외수정 및 배아이식(IVF-ET)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국민건강보험의 국민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했다.
배아이식은 지난 2017년부터 급여 적용을 받기 시작했으며 배아 이식 후 단계별 결과를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연구팀은 지난 2017년 10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여성 2만984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배아이식 4만4038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 거주지가 서울인 경우보다 수도권일 때, 또 수도권보다 지방일 때 유산 위험이 유의미하게 더 컸다.
연구팀은 “지방은 의료인력 부족으로 최적의 태아 진료가 어렵고, 의료기관까지 이동 거리가 길다는 점이 최종적인 성공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지방의 산부인과 접근성은 수도권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지난 9월 3일 발표한 ‘2022년 공공보건의료통계’에 따르면, 산부인과에 60분 내 접근이 불가능한 인구가 특별시와 광역시 외 지역은 모두 평균보다 많았다. 특히 충남(23.9%)과 강원(21.4%)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에서는 여성이 실직 상태인 경우 직장을 다닐 때보다 유산 위험이 더 크다는 점도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직장에서 겪는 신체적·심리적 스트레스가 유산 위험을 높일 것이란 통념과 반대의 결과다.
연구팀은 “근로 환경이 건강하다면 규칙적인 생활과 수면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 신체적 활동은 태반으로의 혈류를 증가시킨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반면 소득 수준은 큰 연관성이 없었다.
연구팀은 “소득 수준이 낮으면 태아 검진과 생활방식이 적절치 못한 경우가 많아 전체 유산율은 높지만, 애초에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한 여성은 평균 소득 수준이 높게 형성돼 있고 영양소 섭취나 운동을 더 신경 써서 소득이 큰 관련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