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약품 노동조합이 창립 37년 만에 처음으로 사측과 쟁의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약품 노조와 사측은 작년까지 쟁의 없는 상생의 노사관계 모델이었으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현대약품 노동조합은 오는 11월 23일 오후 2시 현대약품 본사 앞에서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약 결렬에 따른 쟁의 출정식을 진행한다.
노동조합과 사측은 그동안 14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으나, 일부 조항에 대한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쟁의에 이르렀다.
노조 측은 "현대약품은 37년 간 관례상 대표이사와 대면식을 시작으로 임단협을 진행해왔다"며 "올해는 대표이사 대면식없이 대리인 경영본부장 주도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 번영을 요구하는 대표가 과반수 노동조합 대표와 대면을 거부한 것은 충격적이었다"며 "이에 더해 사측은 제시할 수 있는 근로조건 저하 항목 모두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초기 교섭 당시 사측이 제시한 항목을 보면 ▲임금 동결 ▲조합활동 축소 ▲창립기념일 삭제 ▲조합원 징계 시 노동조합 징계 위원 권한 삭제 ▲연차 20일에서 15일로 감소 ▲고졸녀, 고졸남, 전문대졸 사원 승진제도 폐지 ▲단체협약 자동갱신권 폐지 ▲신규입사자 임금교섭권 요청 등이 있었다.
다수 독소소항 철회했으나, 신입사원 연봉 조정 이견 커
사측은 10차 협상에 이르러서 다수 안건을 철회했으며, 11차 협상안에서 신규입사자 중 전문대졸 사원과 대졸 사원 임금 하한으로 2호봉 신설안을 냈다. 그동안 대졸사원 초봉은 4800만원이었으나, 이보다 288만원을 낮추자는 게 사측 제안이다.
노조 측은 회사 측은 신입사원 연봉 조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신입사원이 입사한다면 차후 노동자들 간 갈등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상대적으로 임금 및 복지 수준이 좋은 기존 사원의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약품을 다니는 누구나 회사의 가장 좋은 복지 사항으로 지목하는 것이 초봉이 높다는 것과 연차가 많다는 것"이라며 "이 두가지 근로조건 말고는 타회사와 비교했을 때 더 좋은 근로조건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실제 초봉이 높은 대신에 진급이 어렵고 진급을 하더라도 인상금액이 높지 않아 전체 조직원의 평균임금은 5600만원으로 제약회사 중위권 이하"라며 "심지어 중식비가 3600원에 불과한 데다 최근 10년 간 100여 명의 근로자 감소로 인해 업무가 과중한 상태"라고 항변했다.
오너 3세 이상준 단독경영 이후 노조와 대립 흐름
노조 측은 쟁의 발생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난해부터 회사를 단독 경영하고 있는 오너 3세 이상준 대표를 꼽고 있다.
실제 지난해 임금협상에서도 사측은 동결을 제시, 임금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36년 노동조합 역사상 첫 조정 끝에 1.5% 임금 인상에 합의한 바 있다.
노조 측은 "오너 3세가 최고 CEO가 되자마자 한 일은 제약산업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샴푸, 화장품, 밀키트 등의 신사업"이라며 "이와 함께 기존 영업부와 생산부 직원을 줄이고 외주화 및 촉탁직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생산직군, 관리직군은 계약직으로 뽑고 있는데 그마저도 환경이 열악해 며칠도 되지 않아 퇴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노동조합은 신입사원 근로조건 저하가 단순히 신입사원에만 국한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존 조합원보다 낮은 근로조건으로 신규사원이 입사한다면 결국 기존 조합원의 고용안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측은 지난 14차례 협상에서 ▲연봉 기본급 대비 2.5% 인상 ▲격려금 20% 지급 ▲장기근속포상 확대 ▲장기근속수당 확대 ▲여비교통비 추가 예산운영 ▲건강검진 대상 확대 등을 노조 측에 제시했다.
제시 안(案)을 종합해 봤을 때 실질 임금 인상률은 3.8%에 이른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다만 노조는 임금 인상률과 관련해 협상 초기에는 8%를 주장했으나 현재는 6%로 낮췄다. 이미 협상을 완료한 노동조합 소속 의약화장품분과 업체들의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은 4% 정도다.
현대약품 사측과 노조는 오늘(22일) 오후 3시 15차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노조측은 별다른 성과가 없을 경우 예정대로 23일부터 쟁의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