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약품 노조 "임금협상 등 간극, 총파업 불사"
이달 1일 전조합원 결의대회 개최, 지난주부터 연장근무 거부
2022.12.02 05:48 댓글쓰기

현대약품 사측과 노동조합이 임금협상을 비롯한 일부 사안에 대한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지난주부터 시작된 연장근무 거부 등을 확대하고, 경우에 따라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약품 노조는 지난 1일 오후 2시 서울 강남 현대약품 본사 앞에서 전조합원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결의대회에는 현대약품 노조원 180명 중 약 150명이 참여했으며, 결의대회는 두시간 가량 이어졌다. 또 사측에 노조 의견을 담은 항의서도 전달했다. 허성덕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노조원은 삭발까지 하며, 투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앞서 노조는 지난달 23일 쟁의 출범식을 진행했었다. 출범식 이후에도 사측과 노조는 협의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 놨으나, 결국에는 어떤 협의도 진행되지 못해 결의대회까지 이르렀다.


현대약품 사측과 노조는 올해 15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다. 당초 회사는 14가지 요구안을 제시했으나, 교섭 과정에서 대부분을 철회하고 신입사원 연봉과 연차 부분에 대한 부분만이 안건으로 남았다.


사측 요구안은 대졸 신입사원 기준으로 초임 연봉을 4800만원에서 4500만원 수준으로 조정하고, 연차를 기존 20일에서 15일로 축소하자는 게 골자다. 이는 신규 채용하는 신입사원에 한정해 적용하는 사안이다.


노조 측은 "신입과 기존 직원 사이에 임금이나 연차 등의 차이가 생기면 앞으로 신입들의 노조 가입율을 저조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임단협이 내부 총질의 발단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노조는 신입사원 처우에 대해 적정선에서 협의할 여지가 있다"며 "다만 이 안건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직원들에 대해 닥칠 부당함을 상쇄할 혜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약품 측은 해당 안건에 대한 보상으로 ▲연봉 기본급 대비 3% 인상 ▲격려금 20% 지급 ▲장기근속포상 확대 ▲장기근속수당 확대 ▲여비교통비 추가 예산 운영 ▲건강검진 대상 확대 등을 제안했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현대약품 신규 입사자 연봉은 동종업계 평균 대비 약 15% 이상 높다"며 "회사 경영상황을 고려한 판단이며, 새로운 임금협상 테이블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측도 보상안을 제시하면서 신입사원과 관련한 안건은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11월말부터 준법투쟁 돌입…총파업도 선택지 중 하나


노조 측은 지난주부터 사실상 준법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영업직과 생산직 직원들은 현재 연장근무를 거부하고 있다.


특히 생산직 직원들의 연장근무 거부에 따라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품절이나 부족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번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투쟁의 수위를 높여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오늘 항의서를 전하면서 사측으로부터 조만간 교섭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


노조 관계자는 "향후 진행될 교섭에서도 사측이 형식적인 대화만 이어갈 경우 부분파업이나 총파업까지 염두에 두고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오너 3세 이상준 대표, 보유 주식 팔며 막대한 시세차익"


창립된 지 37년 된 현대약품 노조는 단체협약 등과 관련해 쟁의까지 이어진 적이 없었으나, 올해 처음으로 준법 투쟁까지 진행하게 됐다.


노조는 사측과 원만한 협상을 이루지 못한 데에는 지난해부터 단독 경영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는 오너 3세 이상준 대표를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노조는 "대표이사와 경영본부장 주도로 독단 경영을 하고 있다"며 "현업에 종사하는 의견을 반영하기 보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전략만을 지시하고 문책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표 취임 후 공격적인 투자와 신사업에 몰두하고 있다"며 "공격적인 투자를 위해 사재를 출연해야 할 마당에 대표는 2019년 현대약품 주가가 한참 오르던 시기에 보유주식 40억원 치를(보유주식34% 지분율 6.41%에서 4.22%로) 팔아 28억이라는 시세 차익을 거뒀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제는 회사의 자금 마련을 위해 신입사원 임금을 줄이고 연차를 삭감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노조는 사측이 무성의한 대화로 일관할 경우 투쟁 수위를 높여가겠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며, 이번 사태가 길어질 수록 노사 갈등의 골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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