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개발한 3세대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 '렉라자'가 무난하게 1차치료제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1차치료제로 온전히 사용되기 위해서는 급여 확대가 선행 요건이지만, 정부가 약가 인하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원활히 협상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6일 유한양행은 더플라자호텔에서 LASER 301 글로벌 임상 결과 발표회를 진행했다.
이번 임상에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는 비교 약물이었던 이레사(게피티니브)보다 다양한 지표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1차 평가변수인 무진행 생존기간(PFS)에 대한 분석 결과 렉라자 투여군은 20.6개월, 이레사 투여군은 9.7개월로 나타나 레이저티닙 투여군이 게피티니브 투여군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무진행 생존기간을 개선시켰다.
인종에 따른 하위 그룹 분석 결과, 아시아인 환자군에서 레이저티닙 투여군은 20.6개월, 게피티니브 투여군은 9.7개월로 나타났다. 특히 EGFR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상당수가 아시아 인종에서 유발된다는 점에서 해당 지표는 큰 의미를 지닌다.
임상을 맡은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은 "렉라자는 이번 임상을 통해 두번째 3세대 표적치료제로서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해냈다"고 평가했다.
싱가폴에서 열린 국제학회에서도 각국 의료진들이 이번 임상 결과에 대해 호평했다는 전언이다.
유한양행은 글로벌 3상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1분기 내 식약처에 1차치료제로서 적응증 확대를 위한 허가 변경 신청을 할 계획이다.
의료계에서는 렉라자 임상 결과가 좋게 나온 만큼 1차치료제 확대는 어렵지 않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초 3세대 표적치료제 타그리소, 급여 확대 '4번 낙마'
향후 출시에 있어 걸림돌은 1차치료제 적응증을 추가에 따른 급여 확대 여부다.
현재 2차치료제로만 처방되고 있는 렉라자는 1차치료제 적응증까지 추가되면 급여 확대를 위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앞서 3세대 표적치료제로 먼저 허가받은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의 경우 1차치료제 적응증은 갖고 있지만, 급여 확대에는 실패했다.
타그리소는 2018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급여 확대를 시도했으나, 정부는 아시아인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와 기존 약제 대비 비용효과성과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 등을 제시하며 급여 확대를 거절했다.
업계에서는 타그리소 급여 확대 거절 원인을 정부가 원하는 만큼의 약가인하에 합의하지 못한 데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정부는 실제로 약가인하 없이 3세대 약을 1차치료제로 본격 사용할 경우 1세대나 2세대 약보다 재정이 30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차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는 3세대 타그리소와 렉라자의 환자 1년 약값은 600만원 수준이다. 1차치료제 사용이 가능한 1세대 약물인 이레사는 100만원, 2세대 약물인 지오트립은 130만원 수준으로 차이가 크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도 1차치료제 확대에 앞서 급여 확대를 위해 약가인하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 임효영 전무는 "렉라자 출시를 기다리는 의료진은 약가를 좀 더 싸게 해 약가 협상을 빠르게 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일단 약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이점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국내 가격이 전세계 약가의 참고가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서 균형을 맞춰 약가 협상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한양행이 1차치료제 확대를 위해 정부가 원하는 수준 만큼 약가를 인하할 경우 먼저 1차치료제 승인을 받은 타그리소보다 급여 확대가 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