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억원이 넘는 연봉에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방 공공의료기관들의 인력난 소식에 정작 의사들은 냉담한 반응이다.
표면적으로는 파격적인 대우인 듯 보이지만 막상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업무범위나 법적책임, 계약조건 등 드러나지 않은 ‘악조건’이 즐비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마치 의사들이 조건만 지향하고, 지방 무의촌 의료공백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 호도하는 부분에 분통을 터뜨렸다.
의사들이 가장 반감을 갖는 부분은 지방의료원들 채용 행태다. 대부분의 공공병원들이 제시하고 있는 채용 방식은 1~2년으로 제한된 계약직이다.
계약기간 만료 후에는 근무연장을 장담할 수 없는 구조다. 민간병원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보수에 ‘신분안정’도 보장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나마 추가 계약은 근무실적을 토대로 재평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진료실적이 부실하거나 인사권자 등과 마찰을 빚으면 재계약은 기대하기 어렵다.
업무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채용공고에 명시된 업무는 △외래환자 및 입원환자 진료 △건강상담 등 언뜻보면 상당히 수월해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지방의료원 규모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당초 제시됐던 범위 외에 추가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 다반사다.
야간당직은 물론 응급실과 중환자실까지 맡아야 하는 경우가 즐비하다. 말 그대로 ‘1인 다역’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최근 채용공고를 낸 한 지방의료원의 업무범위를 보면 ‘기타 채용자가 지정하는 업무’라는 항목이 눈에 띈다.
외래진료나 입원환자 관리 외에도 지자체장이 지정하는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얘기로, 그 실상을 모르고 지원했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의료사고와 관련한 책임 소재도 의사들의 반감을 키우고 있다. 진료와 당직 등 과도한 업무에 따른 의료사고 위험성이 상존하지만 공공병원 계약직 의사는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 한 지방의료원은 의사 채용공고에 개인사업자등록을 조건으로 내세워 의료계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는 병원 소속이 아닌 병원과 계약을 체결한 개인사업자인 만큼 법적분쟁이 발생하면 해당 의사가 책임져야 함을 의미한다.
의사들은 공공병원들이 제시하는 고액연봉에도 허수가 숨겨져 있다고 지적한다.
세간에 알려진 연봉 3억원의 경우 세금이 적용되기 전 액수로, 40%의 세율이 적용되면 실수령액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민간병원의 경우 병원 측이 해당 세율을 보전해 주거나 여러 항목의 수당을 적용해 제시된 연봉 수준을 맞춰주지만 공공병원은 언감생심이다.
최근 공공병원에 지원한 경험이 있는 의사는 “공고 내용과 너무나 다른 실상에 놀랐다”며 “지자체에서 제시한 부수조건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술회했다.
이어 “작금의 공공병원 채용 행태로는 인력난은 당연한 일”이라며 “공공병원들의 의료인력 채용 행태의 획기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방의료원 35곳 중 26곳이 의사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결원 규모도 5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의사 결원률이 30%를 넘어선 곳도 적잖고,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비뇨기과 등 6대 필수진료과 의사를 모두 채용한 의료원은 8곳에 불과했다.
특히 전국 보건소에 필요한 의사는 모두 245명이지만 현재 53명만 임용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