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가 최근 교육부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카이스트와 포항공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신설과 관련해서 실효성에 의문을 던졌다.
교육부는 첨단 바이오산업 등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에서 의과대학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전협은 27일 성명을 통해 “학령 인구가 줄어가는 시점에서 이공계열 과학자 처우 개선을 외면한 채 의전원을 신설할 경우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는지 우리는 이미 목격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평균 연령이 높은 졸업생들은 대체로 의학연구보다 의사면허 취득 후 임상의사를 택한다”며 “근본 문제를 외면하고 의전원을 신설하면 오히려 최근 문제가 되는 의대 쏠림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현상을 이미 의전원 제도 도입 당시 목격한 바 있는데 대체 왜 똑같은 정책실패를 반복하려 하는가”라고 덧붙였다.
성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의대나 의전원을 하나 늘리는 것이 정말 필요한지 재고(再考)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대전협 주장이다.
대전협은 “신설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미래 한국 사회가 감당 가능할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의과대학생의 복수 학위 취득 제도 확립 방안이 더 효과적"
이어 “카이스트나 포스텍 등 기존 이공계열 중심대학에 신규 의과대학을 신설하는 안(案)보다 기존 의과대학생의 복수 학위 취득 제도를 확립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종합대학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과 의과대학생의 자발적인 선택에 기초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기존 안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보다 비용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전협은 의대 신설에 앞서 의과대학 통폐합을 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령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대학 교육의 질을 더 이상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다.
대전협은 “대학 교육의 질을 담보하려면 일정 수준의 학생 및 교원 규모와 예산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며 “특히 의사 양성을 위해서는 충분한 교육의 질 담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한국에는 ‘영세한 의대’가 너무 많다”며 “우리 사회가 40개 의과대학을 모두 지탱할 만큼 한가한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한 칼럼에 따르면 한국에는 대략 인구 100만명 당 의대가 하나씩 있다”며 “미국은 우리보다 국토면적이 98배 넓은데도 167만명에 1개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의 주요 선진국인 독일(1개/216만명), 프랑스(1개/194만명), 이탈리아(1개/353만명), 영국(1개/203만명)과 비교할 때도 국내 의과대학 수는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대전협은 수련병원 역시 너무 많아 권역별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들은 “역량중심, 성과바탕 수련을 위해서는 일정 부분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다”며 “차라리 소속병원을 통합해 일정 규모를 만들고 지역별 수련을 통해 다양한 진료 경험 기회를 보장하는 방안이 낫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들은 “지금처럼 전공의를 하나의 저가 인력으로 간주하여 제대로 교육하려는 노력 없이 마치 선심쓰듯 전공의 정원을 나누어 가지도록 하는 행태는 이제 그만 둬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차피 정원 배정이 곧바로 인원 분배로 이어질 수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정책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모호하기 짝이 없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의사과학자 및 필수의료 영역 전공의 확보 등 모두 근본적인 처우 개선만이 해결책일 뿐”이라며 “정부 당국이 헛수고를 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