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들 "더 글로리 현실화 우려, 피해자 만연"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 설문조사 실시…"10명 중 8명 '학폭 진료' 경험"
2023.03.17 12:03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학교폭력 피해자의 복수를 담은 드라마 ‘더 글로리’가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78.5%가 학폭 피해자를 진료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는 최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65명에게 우리나라 학교 폭력에 대한 경험과 의견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학교폭력은 학교 혹은 학교 밖에서 학생들 간 발생하는 신체 및 언어폭력, 금품갈취, 강요, 따돌림, 성폭력, 사이버 폭력 등에 의해 신체적 및 정신적, 재산 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교육부의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에 비해 학교폭력 피해‧가해‧목격 응답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는 "코로나19 일상회복이 시작되며 학교폭력 역시 다시 증가하고 있다"며 "저연령화 및 집단화에 이어 최근에는 사이버 폭력 양상까지 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 조사결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5명 중 4명은 우리나라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했다. ‘심각하지만 나아지고 있다’고 응답한 전문의는 21.5%에 불과했다.


전문의 47% "복수 꿈꾸는 피해자 진료 경험"


정신과 전문의 78%는 '학폭 피해로 자살 시도를 한 환자를 진료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90.2%는 학폭 가해자를 향한 복수를 생각하는 환자를 진료했으며, 특히 47.1%는 구체적인 복수 계획을 세우는 환자를 진료했다고 응답했다.


학교 폭력 피해자들은 우울, 불안, 분노, 불면, 대인관계 어려움, 등교 거부, 자해, 자살 시도 등 다양한 증상들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85% 이상이 학교 폭력 피해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및 불안장애, 우울장애와 연관성에 동의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진단된 대상의 세 명 중 두 명은 다른 정신 장애가 동반하는데, 대표적으로 불안장애 또는 우울장애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발병 여부와 관련 없이 학교 폭력 후에 불안장애와 우울장애가 나타날 수 있고, 기저에 불안장애나 우울장애가 있는 경우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발병에 더욱 취약하다. 


학교폭력과 신체화 장애 연관성에도 44% 이상의 전문의가 동의했다.


피해를 입은 학생은 대처 기술이 부족하거나 사회적 지지가 불충분하다고 느끼는 등 정신적 고통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해 두통이나 복통 등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 폭력 피해 이후 증상이나 후유증의 심한 정도와 지속 기간은 개인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다. 


학교 폭력이 중단된 이후 정신사회적 후유증이 가장 오래 지속됐던 경우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10명 중 6명 이상(62.7%)이 성인이 된 이후로도 후유증이 지속됐다. 


학회는 "장기적인 영향은 피해자의 성격 형성뿐 아니라 성인기 이후 실직 혹은 사회적 부적응과도 연관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학교 폭력이 매우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한 후유증을 초래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학교 폭력 예방에 있어 ‘안정적인 학교 환경 도모’(33.7%)가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어 ‘가정 내 지지적인 양육’(27.7%), ‘학교 폭력 예방 교육’(15.4%), ‘교사 역할 및 재량 강화’(12.3%) 순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정신의학적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전문의 91%가 동의했다.


학회는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 간의 예의나 대인관계 기술 등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학교 폭력에 대한 대처법을 교육하는 등의 예방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피해자 발생 시 시 정신 건강 전문가의 개입이 용이하도록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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