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이후 병상 간 이격거리 확보 등 각종 시설기준을 강화했던 정부가 코로나가 끝나가는 시점에서도 또 다시 대대적인 시설기준 강화를 예고해 귀추가 주목된다.
신종 감염병 유행을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병원들 입장에서는 또 한번의 감염병 후폭풍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여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시설기준 강화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위원회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이 위원회를 통해 복지부가 제시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음압격리병실 설치 비율 상향 △중환자실 1인실 설치 의무 △입원실 환기시설 가동 기준 등이 담겨 있다.
먼저 음압격리병실의 경우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1개 이상, 100병상 초과마다 1개 추가토록 한 현행 규정에서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허가병상의 1% 이상 설치토록 했다.
즉 300병상 종합병원의 경우 기존에는 1개의 음압격리병실만 확보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무조건 3개 이상을 설치해야 한다는 얘기다.
1000병상 종합병원은 10개, 2000병상 종합병원은 20개의 음압격리병실을 갖춰야 하는 만큼 규모가 큰 병원일수록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기존에는 설치 형태를 ‘1인 병실’로 의무화 했지만 개정안에서는 ‘병실’로 명시해 다인음압격리병실 설치를 가능토록 했다.
이에 대해 학계는 음압격리병실은 1인실 형태가 바람직한 만큼 정부 지원을 통해 일선 병원들이 가급적 1인실을 설치토록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환자실 설치기준도 강화된다. 복지부는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서 중환자실 병상 중 20% 이상을 1인실로 설치토록 개정안에 명시했다. 지금까지는 중환자실 1인실 설치기준은 없었다.
20개의 중환자 병상을 운영 중인 병원의 경우 4개 이상의 1인실 병상을 확보해야 한다. 공간 확보와 공사비 부담이 상당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의료계는 현장 수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신‧증축시에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요양병원 격리병실 설치 대상도 대폭 확대된다. 기존에는 300병상 이상의 요양병원에서 1개 이상의 격리병실을 설치토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300병상 이상의 요양병원에서 격리병실 3개 이상을 설치토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요양병원 규모에 따라 격리병실 보유 기준을 달리 적용함으로써 큰 병원일수록 감염병 환자 수용율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입원실 내 환기시설의 정량적 환기기준도 마련된다. 현행 규정은 입원실에 환기시설 설치만을 의무화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구체적인 환기기준까지 준수해야 한다.
개정안에는 모든 입원실에 외기 도입 및 배기 가능한 환기시설을 설치하고, 시간 당 외기 도입 기준 2회 이상 환기토록 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감염병 사태 후에는 어김없이 시설기준이 강화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며 “의료기관들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적정한 지원책도 수반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유관단체 및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구체적인 개정안을 마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