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5일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시행됐다.
모호한 설치기준 및 안전관리 기준 탓에 병·의원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이에 의료계에선 6개월간 처벌 유예 등을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5일 수술실 CCTV 설치에 관한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 시행 첫날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혼란에 빠진 의료계의 상황을 전하며, 계도 기간 보장 및 예산 지원 등을 촉구했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의료계는 의료법 개정안 발의 단계부터 이 법안으로 인해 초래되는 각종 폐해를 근거로 강력히 반대했다"며 "하위법령 논의 과정에서 법안 문제점이 더 부각됐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 작업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관련 세부 내용을 정하는 '의료법 시행규칙'은 시행을 불과 3일 앞두고 개정이 완료됐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급하게 만들어지면서 원래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한 지원 예산은 줄어들고, 현장에선 CCTV 설치로 인해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등 직원들의 불만도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역 중소병원들은 보건복지부에서 만든 가이드라인과 함께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소에서 적용하는 기준이 조금씩 달라 혼란을 겪었다고 한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은 "CCTV를 설치하고 싶어도 애매모호한 규정 탓에 다른 병원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나서 설치하겠다는 원장님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CCTV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이 모호하고, 안전관리 조치도 미흡해 혹시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받는건 아닌지 우려하는 의사들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제도 시행 초기 발생 상황 관련 엄격한 벌칙 조항 적용 지양"
이에 의협은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졸속으로 행하는 수술실 CCTV 설치 제도 시행 초기에 발생하는 혼란 상황에 대해 엄격한 벌칙 조항 적용을 지양할 것을 촉구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운영에 따른 유지 및 보수비용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나서 신속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필수 회장은 "법 개정에 따라 CCTV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제도 안착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형사처벌 등 엄격한 벌칙 조항 적용을 유예하고 충분한 계도 기간을 부여해 줄 것을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어 "정부는 수술실 CCTV 설치에 드는 비용 외에 유지 및 보수 비용에 대해선 감안하고 있지 않다"며 "그런데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규정은 모두 CCTV 관리 및 유지를 소홀히 했을 때 생기는 위험을 예방코자 한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따라서 설치 외에 유지 및 보수 비용도 정부와 국회가 나서 예산에 반영하고 집행해야 한다"며 "병원과 의원들은 일부 비용이 지불되지만, 종합병원 이상은 지원이 되지 않아 불만이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대한병원협회와 함께 지난 5일 수술실 CCTV 관련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및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법리 다툼을 통해 개정안을 무효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필수 회장은 "수술실 CCTV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 직업수행 자유, 인격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일상적으로 침해한다"며 "궁극적으로 환자에게까지 악영항을 미치게 될 것이기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개정안이 시행됐으니 규정에 따르면서 동시에 헌법소원을 통한 사법적 대응으로 투트랙 전략을 세웠다"며 "특히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 일부 과의 경우 더 민감하게 이 사안을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