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례적으로 전공의 모집결과까지 공개하면서 정책효과 홍보에 나서자 의료계 곳곳에서 힐난이 쏟아지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현장은 이번 모집 결과를 '참담함'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 효과 자화자찬에 빠진 주무부처 행태는 강한 반감을 유발시킨다는 지적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모집결과를 공개하며 비수도권 지역에 지원한 전공의가 늘었고, 대표적 기피과였던 소아청소년과 지원자도 증가했다고 자평했다.
필수의료 관련 수가 개선과 수도권 전공의 정원 비율 줄여 비수도권에 배분한 지방 분권화 정책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설명이다.
먼저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을 확대함에 따라 지방 수련병원 지원자가 전년 1140명에서 올해 1298명으로 158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비수도권 지역 지원자는 2023년 2명에 불과했으나 2024년에는 8명으로 6명이 증가했고, 산부인과도 25명에서 28명으로 3명 늘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병원현장의 반응은 상반되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기피과목 전공의 확보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 선전에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정원 재분배 효과로 비수도권 지원자가 전년대비 158명이 늘었음을 강조했지만 이들 대부분은 수도권에서 줄어든 인기과목 지원자라는 지적이다.
실제 가장 상황이 심각한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만 놓고 보더라도 전체 증가인원 158명 중 8명에 불과하다. 결국 정부가 의도한 필수의료 전공의 확보는 실패에 가깝다는 결론이다.
뿐만 아니라 정책효과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적 해석도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복지부는 전통적 기피과였던 외과의 경우 전년대비 지원자가 25명 증가하고, 지원율은 18.5%p 상승하는 등 지원율이 낮았던 과목의 회복세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년대비 외과 정원이 212명에서 195명으로 줄어든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의도적인 지원율 부풀리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복지부 발표 이후 의료계의 비판과 비난이 봇물을 이뤘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복지부의 전공의 모집 결과에 필수의료 대책 성과를 투영한 것과 관련해 '성급한 평가'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복지부는 소청과 지원율이 9.5% 증가했고, 지방은 2명에서 8명으로 늘어 정책 효과가 있었다고 하지만 지방 정원을 늘려 지원자가 증가했다는 해석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일침했다.
2024년 소청과 전공의 정원을 202명에서 185명으로 8.4% 정도 감축했기 때문에 지원율만 보면 증가한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이번 정부 발표는 의사들과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소아의료 현장을 뒤로한채 자화자찬만 하고 있는 행태가 어처구니가 없다"라고 힐난했다.
이어 "궁극적인 대책 없이 황당한 자료로 정책효과만 노리고 있다"며 "복지부 장관과 차관은 소청과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필수의료의 주요 분야인 응급의학과 역시 반감을 나타냈다. 특히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 지원율이 80% 아래로 추락한 것을 두고 대책 마련을 강하게 촉구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응급의학과 지원율 지속 하락과 전공의 수련포기 증가 현상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의사회는 "응급의학과 자체의 인기척도가 아니라 미래의 불안을 반영한 수치"라면서 "정부당국의 필수의료 대책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냉정한 평가"라고 분석했다.
이어 "과도한 법적 부담이 지속된다면 지원율은 계속 하락할 것"이라며 "안전한 환경에서 최선의 응급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