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치게 그리운 이름 '윤한덕'…가슴에 담다
이달 29일 눈물바다 이룬 '윤한덕 홀' 명명식…"영원히 기억"
2024.05.31 17:33 댓글쓰기

목이 멘 듯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평소 당차고 야무진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의 눈물 한 방울은 장내 전체를 울음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지난 5월 29일 중앙응급의료센터 ‘윤한덕 홀’ 명명식에 추도자로 나선 허윤정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협력교수는 고인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국내 응급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해 故 윤한덕 센터장과 동고동락했던 중앙응급의료센터 직원들도 꾹꾹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를 떠나 보낸지 어느덧 5년의 세월이 훌쩍 흘렀지만 스승, 선‧후배, 동료들은 여전히 가슴에 ‘윤한덕’이라는 세글자를 아로새기고 있었다.


故 윤한덕 센터장의 은사(恩師)인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민용일 교수는 가까스로 감정을 억누르며 애제자에 대한 그리움을 소환했다.


그는 “유난히 똑똑하고 열정이 넘치는 제자였다”며 “환자 개개인의 생명을 살리는 것도 좋지만 국내 응급의료 시스템을 바꿔 보다 많은 환자 생명을 살리고자 했다”고 술회했다.


이어 “권역외상센터 구축, 닥터헬기 도입 등 국내 응급의료체계를 발전시킨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대학에 돌아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절제된 슬픔을 토했다.


이번 ‘윤한덕 홀’ 명명식은 그의 분신이자 존재의 이유였던 중앙응급의료센터가 22년 만에 번듯한 업무공간으로 이사하면서 김성중 센터장과 직원들이 한 뜻으로 마련한 행사다.


사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지난 2002년 출범부터 낡고 협소한 건물의 열악한 환경에서 업무를 시작, 무려 21년 동안 같은 공간에서 국내 응급의료 시스템을 지켜왔다.


3명 이상 들어갈 수 없는 작디 작은 사무실, 걸음을 디딜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를 내는 좁디 좁은 나무계단, 오래 전 페인트가 벗겨져 썪어버린 문짝 등 참담한 근무환경이었다.


특히 중앙응급의료센터 직원들은 낙후된 시설 탓에 건물 내 회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멀찍이 떨어진 제과점 화장실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눈이 오면 눈길을 헤집으며 외부 화장실을 향했다. 해당 제과점 측도 측은지심으로 아무런 조건없이 이들에게 화장실을 개방했다.


70년 넘은 이 건물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파견된 해외 의료진이 사용하던 기숙사였다.


역사적 가치가 상당한 만큼 서울시로부터 미래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업무공간으로는 열악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성중 센터장 취임 이후 정부에 지속적인 업무환경 개선을 요청했고, 지난해 처음 이전이 결정됐다. 최근 다시 한번 이사를 하면서 보다 쾌적한 업무공간을 확보하게 됐다.


새로운 업무공간을 마주한 직원들의 이구동성은 “센터장님이 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였다.


이에 김성중 센터장을 위시한 직원들은 80명 정도 수용 가능한 강당을 ‘윤한덕 홀’로 명명하기로 하고, 이날 내외빈을 초청해 명명식을 가졌다.


윤한덕 홀은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헌신한 故 윤한덕 센터장의 뜻을 기리는 상징적 공간으로, 향후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회의 및 교육 장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김성중 센터장은 “故 윤한덕 센터장의 열정과 헌신은 국내 응급의료체계에 굵고 진한 획을 남겼다”며 “그 숭고함은 영원히 우리의 가슴에 새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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