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먼저 적극적으로 ‘의료발전계획’을 짜서 정부에 내밀어야 한다. 그래야만 의료시스템을 이해하고 다양한 길을 걸을 수 있는 의사를 길러낼 수 있다.”
한희철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부원장(고려의대 명예교수)은 14일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어떤 의사를 양성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이 같이 답했다.
한 부원장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의료 관련 문제들이 기본을 챙기지 못한 결과라고 봤다. 정부와 전문가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도 그가 꼽는 원인이다.
그는 “복지부는 의료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를 돌봐야 함에도 국민만 보고 정책을 강행했다”며 “이어 무작정 반대하며 밥그릇을 지키려 한다는 이미지가 의료계에 덧씌워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의 의대 증원 정책뿐 아니라 대부분의 의료정책이 표류하고, 급조되고,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게 한 부원장 시각이다.
그는 “지난 24년 간 보건의료발전계획이 수립되지 못한 데는 정부와 의료계 양측 모두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 연구, 임상 등에서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의대협회(AAMC)는 학장협의회, 학회협의회, 교육병원협의회, 전공의협의회, 의대생협의회가 모두 들어와 있다.
한 부원장은 “AAMC 회장이 보내준 책 제목이 ‘WITH ONE VOICE’다. 미국은 많은 의대가 있지만 한 목소리로 통일했고, 과학을 집어넣고 기초의학 교육을 시작한 역사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대학 교육을, 대한의학회와 대한병원협회가 대학원(전공의) 교육을, 대한의사협회가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등 주체가 달라 분절돼 있다”고 말했다.
또 “내가 KAMC를 이끌 때도 KAMC, 대한의학회, 수련병원협의회를 모아 비슷한 시도를 하려고 했지만 아직 미완성”이라고 돌아봤다.
그가 배출해야 한다고 믿는 인재상은 ‘환자를 중심으로, 사회적 책무성이 강한 의사’다.
이 의사는 의료전달체계, 의료정책에 대한 이해, 전문직종 간 협업, 헬스시스템이 어떻게 환자들에게 도움되는지를 알고 있는 인재다.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에 대한 의견은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더욱 의료계가 전공의 수련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하는 이유라는 게 한 부원장 시각이다.
그는 “의사가 다양한 길을 갈 수 있는 시스템을 정책에 담아야 하며, 교육, 연구, 진료 모두를 발전시키기 위해 의료계는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아카데믹메디슨(AM)’ 구현을 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AM의 주체인 대학과 대학병원의 정상화를 정부와 국민에게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