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금년 2월부터 시행 중인 '간호사 업무관련 시범사업'과 관련, "시범사업에 의존하면 수많은 법적분쟁을 야기하고 의료인의 법적 보호도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시범사업이 아닌 법령 형식으로 업무범위를 규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제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1일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해당 시범사업은 간호사가 진료지원 행위를 수행토록 하는 게 골자다.
앞서 정부는 "간호사의 진료지원행위가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한 시범사업에 따른 행위라 민·형사상 보호된다"고 밝혔지만, 의료현장에서는 우려가 존재하는 실정이다.
의료법 또는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에 따른 형사처벌 대상이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입법조사처는 간호사의 의료행위와 관련된 의료법령 및 판례를 소개했다. 우선 의료법 제27조에 따라 의료인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대법원은 "간호사는 의사 지도·감독에 따라 일정한 범위 내 진료 보조행위를 수행할 수 있고, 그 범위를 초과하면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돼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된다"는 취지로 지난 2008년 판결한 바 있다.
또 전문간호사의 경우에도 "의사 지시가 있었다고 해도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직접 할 수 없는 것은 다른 간호사와 마찬가지"라고 2010년 판시한 바 있다.
이번 시범사업 지침에서 정부는 '전문간호사에 의한 골수천자 행위를 진료지원 행위로 허용된다'고 하지만, 지난해만 해도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종양전문간호사의 골수 채취 행위에 관한 형사 항소심에서 의료법 위반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이에 간호사 업무관련 시범사업 지침에 따른 간호사 진료지원행위와 관련된 사건이 공소 제기될 경우, 정부와 법원의 법령 해석·적용이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입법조사처 해석이다.
정부 시범사업 지침-법원 판단 다를 수 있어···非의사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자 '면허' 등 검토
복지부 유권해석이 있어도 법원은 의료인 업무범위에 대한 기존 판례 법리에 입각해 판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입법조사처는 "관련 판례에 비춰보면 의료기관에서 간호사 업무범위를 사전에 문서화해 설정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의료법 위반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시범사업을 통해 의료인 업무범위를 규율하는 방식은 형사법적으로 의료인에 대한 보호를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병원들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질적으로 향상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지원인력이 필요하다면 영국 PA 제도처럼 법령에 근거한 '非의사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자 면허'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입법조사처 시각이다.
입법조사처는 "법령 규율이 없는 상태에서 시범사업에 의존하면 장차 수많은 법적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의료법령에 의료행위를 정의하는 규정을 두고, 의료인 업무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