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수련체계 대대적 개편 구체화
정부 "전공의 교육 등 5년간 2조원 투입, 임상교육센터 10개 국립대병원 설치”
2024.10.17 20:30 댓글쓰기



[기획 2] 전공의들이 사라지면서 대학병원들마다 비상이 걸렸다. 6개월 넘게 사직 처리를 미뤘지만 결국 지난 9월부터 사직서를 수리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당근을 제시하면 전공의들이 복귀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일반의로 취직하는 등 전공의 복귀가 요원해지면서 진료 축소 등 대학병원 의료대란은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의료공백이 장기화되자 수련의 신분인 전공의 사직으로 대학병원 진료공백이 생기는 현 의료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8월 30일 전공의 수련체계를 혁신하고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전공의 수련체계를 혁신하고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2조원을 지원한다. 


특히 의료인력 양성 및 적정 수급관리 예산은 올해 291억원에서 내년도 3922억원으로 3631억원 증액했다.


수련 수당 외 수련을 지원하는 예산만 올해 35억원에서 내년도 3130억원으로 90배 증가하는 등 대대적인 예산이 투입된다.


투입된 예산은 전공의들 수련환경과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코자 국가 지원을 강화하고, 필수과목 전공의와 수당 지원에 배정된다. 


그동안 지도전문의는 병원 내 바쁜 진료업무와 수련 지도에 대한 기회비용으로 전공의 수련 업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웠다. 


전공의도 교육을 받는 수련생으로서 지위보다 근로자 특성이 강조돼 업무에 과도하게 투입되는 등 개인 역량 발전에 수련시간을 활용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내년부터는 지도전문의가 업무시간을 할애, 전공의를 밀착 지도할 수 있도록 역할을 강화하고 연간 최대 8000만원까지 수당을 지급한다. 


전공의가 병동 업무에 투입되지 않고 지도전문의 밀착 지도, 사례 토론 등 역량 강화 활동 참여를 보장하는 집중 수련시간 활용을 권고할 방침이다.


수련현장에서 부족했던 임상실습 기회 보완을 위한 임상교육훈련센터도 내년에 강원대, 경상국립대 2곳에 추가 설치해 2028년까지 10개 국립대병원에 마련한다. 필수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임상술기 교육 지원도 확대된다.


‘독립 진료’ 위한 인턴제 개편…수련기간 유지


의사면허를 막 취득하고 수련을 시작하는 인턴들의 독립적인 진료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현재 인턴들은 여러 과를 돌면서 수련하다 보니 명확한 책임 주체가 없어 방치되기 쉽고, 진료에 필요한 수련보다는 병원의 잡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진료와 무관한 업무를 맡거나 인턴 과정을 마치고도 핵심적인 진료 역량을 습득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커서 이 부분을 해결하는 데 집중키로 했다.


정부는 인턴들이 수련 중 지도전문의 지도 하에 난도가 낮은 의료행위를 중심으로 진료에 참여할 기회를 확대키로 했다.


예를 들어 환자 병력을 청취하거나 일반 진단·선별검사 결과 해석 등을 인턴들에게 위임할 수 있게 해 이들의 기본적인 진료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수련기간은 현행대로 4∼5년을 유지하면서 독립적인 진료 역량을 습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간을 설정할 계획이다.


일정기간 수련을 마친 의사에게만 진료 권한을 부여하는 임상수련의제 등 인턴제의 근본적 혁신에 관해서는 향후 의료계와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논의하기로 했다.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 도입…연속 수련 ‘24시간’ 제한


내년부터는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진료역량을 습득할 수 있도록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를 도입할 방침이다.


현재 전공의의 70%가 수련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도 높은 환자 위주 임상 경험을 하기 때문에 전문 역량 함양에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중증도가 낮고 2차 의료기관 등에서 주로 진료하는 질환군에 대해서는 접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내년에 다기관 협력 수련 시범사업을 도입해 중증환자뿐 아니라 중등증 이하 환자에 대한 수련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필수의료도 경험하게 지원한다.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전공의들의 연속 수련은 24시간, 주당 수련은 72시간으로 단축할 방침이다. 이후 시범사업 성과 평가를 통해 2026년에는 수련시간 단축을 제도화할 예정이다.


주당 평균 수련시간은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60시간 수준으로 줄인다. 수련시간 단축과 함께 전공의 1인당 적정 업무량을 가이드라인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필수의료 전공의 등에 대한 연간 1200만 원의 수련수당 지급 대상도 대폭 확대한다. 전공의 수련 등 의사 인력 양성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도 집중한다.


중장기적 방향성을 잡고 전공의 인력 양성 정책을 운용코자 내년에는 제1차 전공의 종합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수련 실태 파악을 통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3년 주기 수련 실태조사 역시 도입된다.


의료계 “24년간 해온 속임수” 혹평


정부가 내놓은 이 같은 수련체계 개편안에 대해 의료계는 혹평을 쏟아냈다. 


정부의 의료개혁 실행 방안이 공수표에 불과하다며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기시감이 든다”며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정부와 의료계가 합의한 의료제도 개선 방안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4년 동안 해온 속임수를 또 늘어놓고 있다”며 “그동안 수없이 논의했지만 결국 실현되지 않은 또 하나의 거대한 공수표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정부가 24년 전에도 진찰료 현실화와 전공의·전임의 지원 대책 등을 논의하고 의료제도개혁특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해 의사결정 과정에 의료계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기로 했지만 지켜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의협은 “전공의 수련 혁신도 마찬가지”라면서 “집중수련 시간(연속수련)이란 실질적으로 전공의 수련과 교육에 필요한 자원은 터무니없이 적은 비용 지원만으로 때우겠다는 뜻이나 다름이 없다”고 꼬집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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