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속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전문의 중심병원’이 ‘전문의 육성병원’이라는 지향성을 가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부 목표대로 상급종합병원이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되 밀도 있는 수련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재원 마련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의료노련)이 주최한 ‘중증환자 중심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올바른 해법은?’ 토론회가 열렸다.
옥민수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의 핵심을 짚으며 실천 과제를 제시했다.
정부가 발표한 시범사업 핵심은 ▲중증진료 환자 비중 50%→70% ▲지역완결적 네트워크 확립 ▲중환자 병상 확대·일반병상 5~15% 축소 ▲숙련 인력 확충·기존 인력 재배치 ▲교육·수련 기능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이 중 교육·수련 기능 강화와 관련해서 옥 교수는 지금까지 수많은 대책이 논의됐지만 진전이 없었던 이유로 ‘예산 부재’를 지목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의료질평가지원금 제도 내 교육수련 영역의 평가 결과로 지급되는 지원금 전체 규모는 입원과 외래를 합쳐 총 60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를 2021년 기준 45개 상급종합병원이 균등하게 받으면 기관별로 약 13억원을 지원받는데, 각 병원 전문과목 수를 고려하면 과별로 돌아간 지원금은 적다.
옥 교수는 “교육수련 영역에만 초점을 둔 더 큰 규모 평가체계 및 재원이 마련돼야 제대로 수련병원을 지원할 수 있다”며 “특별회계 및 기금 추가 마련을 논의하고, 다양한 기금 활용 목적에 교육수련을 추가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전문의 중심 병원 지향, 지도전문의들 진료 부담 경감하는 방안 병행 필요"
그는 또 상급종합병원의 교육수련기능 강화를 위해 전문의 중심병원과 연계하되, 지도전문의들 진료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봤다.
옥 교수는 “전문의 중심병원보다는 전문의 육성병원이라는 명칭이 어떨까”라며 “교육수련 기능을 강화하고 이를 전담할 전문의를 배치해 또 다른 전문의를 육성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 진료·교육·연구의 적절한 분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많은 병원들이 고민하고 있는 중증환자 비율 조정 관련해서는 “여기서 단순질환을 줄인다고 해도 더 줄일 데가 없으며 환자를 보낼 수 있는 주변 병원 사정 등이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했다.
이에 옥 교수는 “적합질환군 비중이라는 지표에만 의존하면 한계가 있다”며 “전체 중증도 합을 고정시키고, 짝비교에 근거한 ‘AADRG적합 질환군 분류’ 점수체계를 이용하면 중증도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밖에 시범사업의 또 다른 핵심 목표인 진료협력 수준 고도화도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아직 과제가 많다는 게 옥 교수 진단이다.
앞서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지역완결적 협력 네트워크를 확립하겠다”고 했지만 기존과 동일한 전략을 같은 강도로 쓰면서 지역친화도를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옥 교수는 “현재 진료협력센터는 지역내 보건의료복지서비스의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상급종합병원 내 진료협력센터를 통합예방관리센터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 병동 감축에 따른 유휴 인력 재교육 및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