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에 밀리는 ‘전문의’…“간판·검색광고 규제”
“환자 알 권리 침해·젊은의사 필수과 기피 유발, 先 의료계 자율규제 모색”
2026.07.06 12:23 댓글쓰기



#피부과로 알고 찾았던 병원, 정형외과로 알고 찾았던 병원이 알고 보니 전문진료를 하지 않고 비급여 위주 치료만 하는 병원이었다는 환자 불편 사례가 누적되고 있다. 대부분 전문의가 없는 의료기관이 진료과목을 교묘히 건물 간판에 표기하거나 온라인 검색 광고에 노출해 환자를 유인해서 발생하는 일이다. 이는 환자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사들이 거대 자본과의 경쟁에서 밀리게 해 젊은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 현상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자 오인 유발 의료기관 간판 광고와 온라인 검색 광고를 동시에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면서도 법적 규제에 앞서 의료계 중심 자율규제·모니터링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지난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환자의 알 권리 보장과 건전한 의료기관 광고 질서 확립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한지아 국민의힘 의원, 대한정형외과의사회가 공동주최했다. 


교묘한 간판 설치·검색 노출, 환자 선택권 교란·필수의료 붕괴 유발   


김준배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보험부회장은 “자금력을 무기로 불법적 간판을 요란히 설치하고 특별한 제한이 없는 온라인 광고에 과감히 투자해 무차별적으로 확장하는 일부 상업적 의료기관이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 제40조, ‘옥외광고물법’은 의료기관 고유 명칭과 진료과목을 병행 표기할 시 글자 크기를 2분의 1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광고물이 건물 전체를 뒤덮는 등 탈법적 인테리어를 갖추거나 교묘하게 진료과목을 표기하는 경우가 심상찮게 발견된다.


김 보험부회장은 이 같은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신고주의 원칙, 과태료보다 높은 광고 효과 등을 꼽았다. 


그는 “지자체 공무원이 매일 모든 건물을 단속할 수 없고 누군가 민원을 넣기 전까지 유지된다”며 “광고 효과가 적발 시 과태료보다 더 크고, 브로커병원 및 사무장병원들이 간판업자와 연합해 불법 행위를 주도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환자들 선택권을 교란시키고, 특정 진료과 쏠림을 심화시킨다”며 “전문성을 쌓은 전문의보다 마케팅에 능숙하고 자본력을 갖춘 의료기관이 더 많은 환자를 독식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젊은 의사들에게 ‘굳이 힘들게 필수의료 수련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온라인 검색 광고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부분 환자들은 온라인에서 진료과목, 증상, 세부질환 등을 검색해 의료기관을 찾는다.


그러나 실제 네이버 포털에 ‘지역명+진료과목’을 검색하면 해당 진료과목 의료기관이 상단에 노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례로 특정 지역 정형외과를 검색하면 마취통증의원, 한의원 등이 더 많이 노출되는 현실이다. 


이에 김 보험부회장은 “정부가 오프라인 진료과목 표시 제한 시행 규칙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때 현수막·유리창 광고도 함께 제한해야 하고 신규 기관만 적용해선 안 된다”며 “온라인은 포털 광고 시 전문의 자격 확인 후 진료과목 키워드 노출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신고에만 의존하지 않고 정부·지자체·포털·의료계 합동 모니터링단을 구성해 주기적 조사 및 행정처분 등으로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며 “단순한 의사들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자본력에 의한 잘못된 행태로 무너지는 필수의료와 젊은 의사들 좌절,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적·법적 규제 이전 자율규제 시도 필요성” 공감 


한편, 이러한 편법 의료광고에 대한 도제식 규제는 시시각각 변하는 광고 시장에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동길 대한개원의협의회 법제이사(변호사)는 “행정력이 온라인 전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위법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는 시점까지 해당 온라인 광고가 실린 내용이 유지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불법 의료광고·의약품 광고 등에 대한 전자 채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공익적 가치 실현을 위해 의료계가 주도하는 자율규제가 필요하다. 정부의 기계적이고 법적인 규제는 온라인 마케팅 시장과 의료현장의 복잡한 전문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주현준 서미화 의원실 보좌관도 “과도한 상업화를 막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며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하자는 대전제하에 행정기관 집행력이 어디까지 들어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포털과 의료계 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노력해보는 게 입법 이전 과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성창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료기관 명칭 표시 개정 계획을 의료계에 제안했을 때 의료계 내부에서 찬반 의견이 있었다. 현재 다시 의료계 의견을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것을 정책이나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을 의료계가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도 있고, 대한의사협회 윤리위원회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다면 충분히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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