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의료 한 축을 담당해 온 중소병원들이 경영난과 의료인력 부족으로 잇따라 문을 닫거나 응급실 등 진료 기능을 축소하고 있다.
특히 최근 1년 사이 수도권에서는 병원이 늘어난 반면 비수도권에서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지역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경남 김해 강일병원이 응급실에 이어 외래진료까지 중단하면서 사실상 병원 운영을 멈췄다.
지난 2017년 개원한 강일병원은 290병상 규모 종합병원으로 내과·정형외과·신경외과 등 17개 진료과목을 운영하고 24시간 응급실을 가동해 온 지역응급의료기관이다.
하지만 경영난과 의료진 이탈이 겹치면서 이달 1일부터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고 종합검진센터와 내과 등 진료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 15일에는 남아 있던 입원환자 38명이 모두 퇴원하거나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됐다.
병원 직원들 임금도 2~3개월가량 체불된 것으로 알려졌다. 6~8월 전기요금 약 1억2880만원도 미납돼 한국전력으로부터 단전 예고까지 받은 상황이다.
병원 측은 휴업 대신 인수자를 찾아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상 진료 재개 여부는 불투명하다.
특히 김해에서는 지난 2023년 지역응급의료센터였던 김해중앙병원이 경영난으로 폐업한 지 불과 3년 만에 강일병원까지 운영 위기를 맞았다는 점에서 향후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폐업 안 해도 응급실 멈춘다”
병원 경영난과 의료진 확보난에 따른 진료 축소는 김해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남 광주에서는 경영난을 겪던 한 종합병원이 지난달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뒤 종합병원 간판을 내려놓고 일반병원으로 전환했다.
자금난으로 직원 급여 지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의료진과 종사자 약 280명 가운데 44명이 퇴사했고 내과·신경과·외과·마취통증의학과 등의 진료가 한때 중단됐다.
일부 전문의를 충원해 진료를 재개했지만 종합병원에 필요한 인력·시설 기준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결국 10개였던 진료과를 5개로 축소했다.
응급실 역시 진료를 멈췄으며 해당 공간은 다른 용도로 활용할 예정이다.
경북 칠곡군에서는 지역 유일 24시간 응급실이 사라졌다. 왜관병원은 지난 7월 31일 의료진 확보와 경영난 등을 이유로 지난 2016년부터 유지해 온 응급실 운영을 종료했다.
칠곡군으로부터 올해 응급실 운영을 위해 연간 2억1000만원의 군비를 지원받고 연말까지 운영하기로 했지만 이를 5개월 앞두고 문을 닫은 것이다.
응급실 이용 환자도 2024년 하루 평균 16명에서 올해 11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응급실 폐쇄 이후 칠곡군은 기산면보건지소를 활용해 24시간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지만 중증 환자는 대구나 구미 등 다른 지역으로 이송해야 한다.
강원 동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동해병원은 의료진 부족으로 올해 1월 약 20년간 유지했던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정을 반납했다.
응급의료 전담의가 기존 4명에서 1명까지 감소하면서 정상적인 응급실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초부터 일주일에 하루씩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고 있으며, 응급실 운영이 가능한 날을 사전에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비수도권 병원 1년 새 13곳 감소…전문의도 200여명 줄어
지역 병원 위축은 의료기관과 의료인력 현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데일리메디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역별·종별 요양기관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전국 병원은 1429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38곳보다 9곳 감소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흐름은 엇갈렸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병원은 593곳에서 597곳으로 4곳 늘어난 반면 비수도권은 같은 기간 845곳에서 832곳으로 13곳 줄었다.
의료인력에서도 비수도권의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비수도권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문의는 지난해 2분기 5597명에서 올해 2분기 5396명으로 201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 병원 전문의도 4976명에서 4887명으로 89명 줄었지만 감소율은 비수도권이 두 배 수준이었다.
병원은 종합병원과 함께 2차 의료기관으로서 입원·수술 등 지역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의원에서 의뢰된 환자를 진료하고 상급종합병원에서 회송된 환자를 맡는 등 1차 의료와 상급종합병원 사이를 잇는 역할도 한다.
정부 역시 지역 2차 병원을 중등증 이하 필수의료와 입원·수술·응급 기능을 담당하는 의료전달체계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지역에서 병원이 사라지거나 응급실 등 핵심 기능을 축소할 경우 개별 의료기관의 경영 문제를 넘어 지역 의료전달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병원계 관계자는 “최근 지역 병원들이 처한 어려움에는 환자 감소뿐 아니라 의료인력 확보난과 인건비 상승, 응급실 등 필수의료 부문 적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에서는 병원 한 곳이 응급실 운영을 포기하거나 폐업할 경우 이를 대신할 의료기관이 많지 않아 그 충격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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