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복지부…지역 필수공공의료 강화될까
논의 시작 21년만에 부처 이관…이형훈 차관 “중증 환자 포함 최종치료 책임”
2026.11.06 05:42 댓글쓰기

참여정부 시기부터 논의된 국립대병원 소관 부처 보건복지부 이관이 21년만에 결실을 맺었다. 


8월 20일 ‘국립대학병원 설치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국립대병원 및 치과병원의 소관 부처가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이관됐다. 


정부가 국립대병원을 지역·필수·공공의료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추진된 해당 개정안은 지난 2월 1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뒤 같은 달 19일 공포됐다. 


이관 대상은 강원대학교병원·경북대학교병원·경상국립대학교병원·부산대학교병원·전남대학교병원·전북대학교병원·제주대학교병원·충남대학교병원·충북대학교병원과 분원인 어린이병원·치과병원이다.


다만 서울대병원은 별도 설치법이 적용돼 이번 개정 대상에서 제외됐고, 추가 입법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해당 법안은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심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다음 회의로 넘어간 상태다. 


법률 개정에 따라 기존 교육부 장관에게 부여됐던 병원장 제청, 감사, 예산·결산, 사업계획 승인, 정관 승인 등의 권한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이관된다. 


정부는 권역 내 중증·필수의료 최종치료를 담당하는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지역에서 필요한 의료를 완결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복지부는 이관을 계기로 국립대병원 ▲임상 ▲연구 ▲교육 ▲공공정책 등 4대 기능을 강화해 ‘5극3특’ 국가균형발전 주축병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앞서 복지부는 6월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국립대학병원 종합적 육성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국립대학병원 임상·연구·교육·공공정책 역량의 종합적인 강화가 골자다.


임상 분야에서는 암 등 중증질환을 지역 내에서 완결적으로 치료하고 중증·응급 등 필수의료 최종치료 역량을 강화한다. 


연구 분야에서는 중증·희귀난치질환 연구와 의료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지역 연구거점으로 육성한다. 


교육 분야에서는 지역 필수의료 인재를 양성하는 핵심 교육기관 역할을 강화한다. 공공정책 분야에서는 지역 의료기관 간 연계·협력을 총괄하는 지역 필수의료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긴다.


이를 두고 의료계와 시민사회·환자단체 의견이 갈린 바 있다. 충분한 검토 없이 이관을 서두르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시각이 교차됐다.


9개 국립대병원이 참여한 ‘국립대병원협회 지역필수의료강화 TF’는 “국정과제 확정 후 3개월 만에 이관을 마무리할 만큼 시급한 사안인지 의문”이라며 “교수진 80%가 반대하는 정책을 강행하면 오히려 지역·필수·공공의료 역량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양대 노총과, 참여연대,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등이 참여한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는 “국립대병원은 복지부로 이관돼야 인력·예산·정책이 유기적인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완성할 수 있다”며 “기득권 저항에 밀려 공공의료 강화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병원별 임상·연구· 교육·협력체계 특화 지원


정부는 제시된 육성방향 실현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 지원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먼저 임상 분야에서는 중증·필수의료 진료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필수진료과 인력확보를 지원한다.


장기재직 인력에 대한 보상도 강화할 계획이다. 산부인과, 소아과, 흉부외과 등 필수의료 인력 확충을 위해 국립대학병원의 핵심 인력인 전임교원을 4년간 460여명 확충한다.


기존 획일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5극3특’ 지역별 의료수요와 각 국립대학병원의 강점을 고려한 특화분야를 선정하고 집중 지원한다. 


이를 통해 각 국립대학병원이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중증·필수의료 분야를 육성하고, 지역 주민이 수도권에 가지 않고도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한다.


연구 분야에서는 개별 지역 국립대학병원이 단독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임상데이터를 전체 국립대학병원과 국립암센터 간 연계를 구축한다.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의 대규모 임상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 국립대학병원이 신약 항암제와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첨단 치료기술 등의 연구·개발에 적극 참여토록 한다. 지역 주민도 혁신적인 치료기술의 혜택을 보다 신속하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역 국립대학병원 특화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해 핵심 연구 인프라와 전문 연구인력을 확충하고 산·학·연·병 협력연구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특히 바이오·인공지능(AI) 등 지역 전략산업과 국립대학병원의 강점을 연계한 특화 R&D를 지원, 국립대학병원을 지역의 산·학·연·병 혁신생태계를 연결하는 중심기관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교육 분야에 대한 지원도 지속·강화한다. 교육부에서 지원해 온 국립대학병원 지원사업(출연금)은 복지부로 이체,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모든 국립대학병원에 임상교육훈련센터를 설치해 의대생·전공의·의료인에게 모의실습(시뮬레이션) 기반 첨단 술기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국립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지역의사지원센터를 신규 설치하여 지역 의료인력의 교육·수련부터 경력개발과 지역 정착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지역 의료기관과의 협력체계에 대한 투자도 강화한다. 국립대학병원이 지역 내 의료자원을 연계하고 중증·응급환자의 이송·전원과 진료협력을 총괄하는 필수의료 컨트롤타워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협력체계 전담조직 인력과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립대학병원의 지역·필수·공공의료 제공 성과에 대한 건강보험 보상도 강화한다. 


전임교원 460여명 늘리고 급여 현실화


재정 지원과 함께 국립대병원의 인력 운영과 거버넌스 등에 대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우수 의료인력을 보다 유연하게 확보하고 병원 운영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국립대병원의 기타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추진한다. 


대신 국립대병원 공공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기관 특성에 맞는 별도 관리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전문의 확충과 인프라 투자가 이뤄진다. 정부는 우수 의료인력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전임교원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민간병원과의 보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다. 


지역 국립대병원 병상당 전문의 수를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10병상당 전문의 수는 서울대를 포함 빅5 병원이 4.3명인 반면 지역 국립대병원은 절반 수준인 2.3명이다.


노후 의료시설과 장비 개선도 추진한다. 로봇수술기, 암치료 장비 등 첨단 의료장비를 도입하고 중환자실과 수술실을 확충해 중증·응급환자 치료 역량을 높이게 된다.


총인건비 제한 완화 및 탄력적 정원 운영, 신속채용 절차 도입 등 인력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국립대병원이 지역 의료기관 간 협력을 총괄하는 필수의료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토록 지원한다.


중앙 단위에서는 공공보건의료정책심의회 등 국립대병원의 정책협의체 참여를 확대하고, 권역 단위에서는 지역 필수의료 협력체계 운영을 총괄토록 한다.


국립대병원장의 지역 필수의료 정책 참여도 강화한다. 국립대병원장을 시·도 필수의료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임명해 지역 내 필수의료 현안을 조정하고 의료기관 간 진료협력체계를 이끄는 역할을 맡긴다.


보건복지부 내 전담조직도 마련했다. 복지부는 지난 7월 21일 국립대병원 육성을 전담하는 ‘국립대병원정책과’를 신설했다. 


국립대병원정책과는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임상·연구·교육·공공정책 기능 강화를 위한 재정투자와 제도 개선을 종합적으로 추진한다.


이형훈 제2차관은 “이관은 단순히 국립대학병원을 관리하는 부처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보건의료 전문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국립대학병원을 5극3특의 주축병원으로 제대로 키워나가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이어 “국립대학병원이 중증·필수의료 최종치료를 책임지고 우수한 의료인을 키우며 미래 의료기술을 연구하고, 지역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병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책임 있게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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