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관리 최고 한국, 조절률·고령화 등 위험신호”
김광일 이사장 “75세 이상 고위험군 급증, 맞춤형 치료·전문가 양성 시급”
2026.11.07 06:16 댓글쓰기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국내 고혈압 관리체계가 새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개선됐던 혈압 조절률이 최근 정체 양상을 보이는 데다 급속한 고령화로 치료가 어려운 고위험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광일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장)은 11월 6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대한고혈압학회 제65회 추계국제학술대회(Hypertension Seoul 2026)에서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이사장은 ‘학회 관점에서 본 과거 성과와 미래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고혈압 관리는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좋은 성과를 거뒀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결코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가 진료할 고혈압 환자는 과거와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며 “고령이면서 여러 질환을 동반하고 치료에 저항성을 보이는 고위험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혈압 ‘1300만명’ 시대…혈압 관리 ‘빨간불’


국내 고혈압 환자가 1300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젊은층의 낮은 질환 인지율과 치료율, 임신성 고혈압 증가, 온라인상 부정확한 의료정보 확산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고혈압 팩트시트 2026’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20세 이상 성인 고혈압 환자는 약 1361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성인의 31%에 해당한다. 고혈압 인지율은 75%, 치료율은 72%, 조절률은 56%로 집계됐다.


특히 심뇌혈관질환과 당뇨병, 만성콩팥병 등을 동반한 고위험 환자 중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관리하는 비율은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 좋았던 고혈압 조절률이 최근 5~6년 동안 정체돼 있다”며 “올해 다시 50%대로 떨어진 것이 실질적인 관리 수준의 변화인지, 일시적인 현상인지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심뇌혈관 고위험군의 혈압 수준 변화. 2022~2024년 기준 고혈압 전단계 또는 고혈압인 심뇌혈관 고위험군 중 혈압 130/80mmHg 미만은 26.6%로 집계됐다.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팩트시트 2026.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 급증, 고혈압 치료 전략 달라져야”


김 이사장이 가장 우려한 부분은 고혈압 환자의 질적 변화다. 단순 환자 수가 아닌 심뇌혈관질환, 당뇨병, 신장질환 등 여러 질환을 동시에 앓는 환자가 늘어 치료 난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향후 20년 동안 65세 이상 고혈압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특히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들 환자는 대부분 여러 질병을 갖고 많은 약을 복용하고 있으며 이미 고혈압으로 인한 표적장기 손상이 동반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합병증 발생을 줄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고혈압학회가 발간한 ‘고혈압 팩트시트 2026’에 따르면, 2022~2024년 기준 고혈압 전단계 또는 고혈압에 해당하는 심뇌혈관 고위험군 가운데 혈압이 130/80mmHg 미만인 비율은 26.6%에 그쳤다.


반면 130~139/80~89mmHg 구간이 45.2%, 140/90mmHg 이상인 경우도 28.2%에 달했다. 고위험군 10명 중 7명 이상이 130/80mmHg 미만에 도달하지 못한 셈이다.


이는 1998년 혈압 130/80mmHg 미만 비율이 1.5%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된 수치지만, 고위험군의 적극적인 혈압 관리가 여전히 중요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다만 맞춤형 치료를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의학적 근거와 평가 도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다가 젊은층 고혈압 관리, 고령 산모 증가에 따른 임신성 고혈압 개선도 주요 과제다.


김 이사장은 “노인 환자들은 기능 상태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맞춤형 전략을 적용하고, 이를 위해 어떤 평가 도구를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환자는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고혈압 인지율과 치료율이 현저히 낮지만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조절률은 상당히 높다”며 “이들이 질환을 조기에 인지하고 치료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2000년 첫 진료지침을 발간한 이후 지속적인 개정과 의료진 교육을 통해 국내 고혈압 관리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해 왔다.


특히 매년 발간하는 고혈압 팩트시트를 통해 관리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진료지침에 반영해 일선 의료기관까지 전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고혈압 전문인력 양성 역시 학회 중장기 과제로 제시했다.


김 이사장은 “앞으로 고혈압 환자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일 것이고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적절한 치료가 가능하다”며 “학회가 고혈압 전문가를 인증하고 육성하며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0년간 거둔 성과는 학회뿐 아니라 정부 정책, 건강보험 제도, 일선 의료진 노력이 함께 만든 결과”라며 “앞으로도 문제를 찾고 이를 진료지침에 반영하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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