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임수민 기자/
기획 5] 2022년도 전공의 전형 시즌이 도래했다. 코로나19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듬해 성장기조를 내세운 병원들은 양질의 인력을 수급하기 위해 벌써부터 분주하다. 이색적인 온라인 홍보부터 차별화된 해외연수 프로그램까지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전공의 모시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굳건한 인기를 자랑하는 ‘빅5’ 병원들 성적 판도 변화가 관심사다. 각 전문학회별 성패 역시 의료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저출산, 수술실 CCTV 설치 및 의료인 면허취소 처벌 조항 강화 등 다양한 사회적 상황이 예비 전공의들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슈는 특히 필수진료과인 내‧외‧산‧소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도 하다. 2022년도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의료계 여러 변화들이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데일리메디가 6회 연속 기획으로 전한다.
[편집자주]
⓵ 귀하신 전공의, 전국 수련병원들 유치경쟁 치열
⓶ ‘빅5’ 자존심 싸움, 예비전공의 선호도 어떻게 움직였나
⓷ ‘위드코로나’, 전공의 인기과 판도 뒤흔드나
⓸ 데드크로스 위기 맞은 산부인과, 3년제 전환 가능성
⓹ 3년제 결단 소청과, 특화전략 ‘소아입원전담전문의’
⓺ 수술실 CCTV 설치법, 갈등 깊어지는 외과계 지원자들
지난해 전공의 모집에서 참패를 겪은 소아청소년과에 큰 변화가 일었다. 올해부터 4년 과정을 3년제로 전환한다.
이러한 특단의 조치는 소청과 위기를 더 이상 말로만 걱정할 수 없는 상황 때문이다. 지난해 전공의 모집에서 소청과의 충원율은 정원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소청과는 2017년 212명 모집에 240명이 지원해 지원율이 113.2%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모집에서는 204명 모집에 76명이 지원해 지원율 37.3%로 5년 사이 1/3 수준으로 감소했다.
2021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소청과는 정원 204명에 지원자 76명으로 지원율 37.3%를 기록했으며, 수련병원 49곳 중 29곳은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젊은의사들에게 인기가 높은 빅5 대형병원조차 미달 사태를 피해 가지 못했는데, 이들 역시 소아청소년과는 모두 충원에 실패했다.
전공의들이 발걸음을 돌린 이유는 소청과의 힘든 상황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에 따른 불안감에 더해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 중 환자수가 직접적으로 급감했다.
문을 닫는 병의원이 속출하면서 전공의들은 지원문을 두드리지 않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3년제 전환이 소청과 전문의의 방향성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2019년부터 검토…“3년제 전환 근거 충분” 결단
전공의 모집을 두 달여 앞뒀던 지난 10월,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2022년 1년차 신입 전공의부터 수련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한다고 발표했다.
학회는 “지난 6월 소청과학회 임시평의원회에서 진행된 투표에서 77.5%가 3년제 전환에 찬성했으며, 이어 9월 열린 대한의학회 이사회에서 최종 승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전공의 수련기간을 3년으로 변경하기 위한 시행령 개정 절차가 진행 중이며, 오는 2022년 1년차 전공의 모집 공고 전까지 이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3년제 전환과 관련해 학회는 9개 분과·세부 전문의제도가 정착돼 있는 만큼 수련기간을 단축하더라도 내실 있는 역량 중심교육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학회가 3년제 전환을 본격적으로 검토한 것은 지난 2019년부터다. 은백린 이사장은 당시 추계학술대회에서 3년제 시행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만 해도 신중한 입장이었다. 먼저 3년제로 전환한 내과와는 진료과와 인원, 의료환경 등에서 차이가 큰 만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3년제 전환 통해 개원가-대학병원 2개 진로 재편
학회는 이번 3년제 전환을 통해 소청과 전문의 진로를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은 “앞으로 소청과 전문의는 두 갈래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제네럴리스트’와 상급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스페셜리스트’”라고 제시했다.
이어 “개원을 원하는 전문의는 3년 수련을 마친 뒤 빠르게 현장에 나서고, 대학병원에서 진료 및 연구를 원하는 전문의는 세부분과 과정을 이수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진로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3년제 수련과정을 통해 전공의들의 교육 여건도 개선될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수련기간이 단축된 만큼 짧은 기간에 많은 양을 소화해야 한다. 교육과 크게 관계 없는 잡무를 줄이고 집중할 수 있도록 각 대학병원 교수들의 뜻이 모였다”며 “전공의 교육 만족도 역시 향상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대학병원에서 소청과 전문의 수요 증가를 위해선 입원전담전문의, 소아전문의, 응급전문의 제도를 더욱 활성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개원가에서도 그동안 '박리다매'식이던 진료패턴에서 변화하기 위해, 심층진찰 위주의 환경이 조성되도록 수가개선을 촉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필수의료인 소아과를 지키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 작은 정책이라도 일단 의지를 드러내면 전공의들은 쉽게 발길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회 내부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소청과를 희망하는 학생 자체는 많다"며 "미래 의사들이 원하는 진료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소청과를 수호하기 위해서도 전향적인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올해도 소청과 전공의 모집 전망은 어둡다. 학회가 자체적으로 사전 조사한 결과,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지원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김 이사장은 정부를 향해 다시금 호소했다. 그는 "소청과 자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예비 전문의들은 많이 있다. 정부의 전향적인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관측된다면 학회의 '위기상황'은 생각보다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곤두박질치는 소청과 지원율 속 3년제 효과 의견 분분
소청과의 3년제 전환이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료계에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청과의 수련기간 감축 등 전공의 유인책이 지원률 증가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일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우선, 당사자인 전공의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련기간 단축이 지원율 개선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홍보이사는 “소청과 3년제는 개선이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며 “학회가 추진 중인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역시 성공한다면 전공 과목 선택에 있어 상당히 긍정적 요소로 고려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하지만 근본적인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며 “또한 전공의들이 소청과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과도한 업무 부담이기 때문에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관련 문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소아전문병원인 우리아이들병원 정성관 이사장 또한 “수련기간 전환을 두고 주변에서 큰 개선이 없을 것이라는 말도 많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내과나 가정의학과처럼 조금이라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소청과가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하지만 향후 소청과를 전공할 후배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잘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단순한 1년의 수련기간 단축이 전공의들의 선택에 있어 큰 장점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었다.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수련기간 단축으로 내과는 어느 정도 효과를 봤지만 외과는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며 “단순히 기간을 1년을 줄이는 것으로 지원율 개선에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소청과는 최근 지원율 감소가 심각해 서울의 대형병원조차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데 2022년 전공의 모집에서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데일리메디는 이번 2022년도 전공의 전형 역시 각 수련기관별 원서접수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