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케어 실무자→윤석열 정부 '재검토' 책임자
의사 출신 손영래 의료보장심의관
2022.11.15 05:34 댓글쓰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보건복지부 ‘입’ 역할을 해왔던 손영래 전(前) 대변인이 최근 의료보장심의관에 임명됐다.


MRI, 초음파 등의 급여화 추진, 비급여 관리계획 수립·조정 등을 담당해온 의료보장심의관은 문재인 정부 당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인 ‘문재인 케어’ 추진 부서였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으로 조직개편이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손 의료보장심의관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윤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전환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999년 서울의대를 졸업한 후 2004년 5급 보건사무관으로 복지부에 입사했다. 이후 공공의료과장, 보험급여과장, 의료자원정책과장, 건강보험보장성강화 추진단 비급여관리팀장, 예비급여과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문재인 케어와 관련, 비급여의 급여화 전반을 아우르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의사가 가진 전문성을 살려 정책 방향에 맞게 원만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정부는 ‘보장성 강화를 지속 추진하되 급여화된 MRI 및 초음파를 점검해야 한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손 심의관은 향후 자신의 손으로 추진한 문재인케어를 재검토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Q. 코로나19 브리핑을 처음부터 시작했다. 소회는

A. 코로나10 대응 업무는 불과 3주 전까지 담당했다. 지난 2020년 1월부터 대책본부에 합류, 브리핑 문안 만드는 것부터 참여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브리핑을 28개월 정도 맡았다. 그러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코로나19에 매진되다 보니 언론 보도설명자료를 2년간 한 번도 못 냈다. 나중에 보도가 어떻게 됐는지를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너무 많은 업무에 치여 살아 왔다. 비대면 시기 브리핑시스템도 새롭게 만들었으며, 처음에는 매일 브리핑을 진행하기도 했다. 워낙 잘 모르는 위기 상황이다 보니 1년 반 정도는 바짝 긴장을 했었다. 다른 것을 신경 쓸 틈도 별로 없었다. 지난 2020년 1월에 초창기 처음 코로나19가 등장했을 때 어리둥절했고 대구 확산됐을 때는 혼비백산했다. 다들 힘들어 했다. 대구를 잡고나서 마음이 놓였을 때는 외국의 확산 상황의 심각성이 컸다. 너무 놀라기도 했다. 처음의 1년간은 바짝 긴장했던 시기였고 놀라운 사건의 연속이었다.


Q.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총파업도 있었고 국회와 조율, 인사청문회 준비까지 담당했는데

A. 어려웠던 시기였다. 사실 보건의료정책국에서 의대 정원 증원 부분이 먼저 나왔고 중수본에서 개입했던 것은 응급실 문제 등 파업에 대응하는 부분이었다. 당시에는 조마조마한 마음 뿐이었다. 확진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대응 자원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누수가 없도록 노력했던 것 같다. 괴로운 시기였다. 장관 후보자 연이은 낙마로 인사청문회 준비도 계속 나섰는데 청문회는 제도 자체가 고민이 됐다. 이렇게 하다가는 나올 수 있는 후보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제안이 들어가도 고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해는 된다. 가족들이 많이 언급됐다. 이번에는 후보자의 부당함보다 가족이 뭘 잘못하지 않았냐는 부분을 대응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Q. 앞서 추진했던 문재인 케어에 대한 현재 생각은 

A. 문케어는 정부 입장에서는 이름을 잘 붙였던 부분이고, 보장성 강화는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됐다. 10년 정도 프로젝트였고 크게 일단락됐다고 본다. 남아있는 비급여는 논란 거리로 관절 등은 해당 과에서조차도 의학적으로 볼 때 효과에 대한 이견이 있다. 우리나라는 특이한 비급여 시술이 많다. 수술요법이나 비수술요법 중에 급여 항목에 수가가 낮으니까 의학적 타당성이 떨어져도 실시되는데 급여화 여부는 고민이 된다. 개원가에서는 대표적으로 도수치료나 영양제 등의 급여화가 남아있을 뿐이다. 큰 틀에서는 마무리 됐다고 보면 된다. 전체적인 보장성 강화가 10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예전처럼 의료빈곤 문제로 가계가 파탄되는 사례는 억제됐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보장성도 대폭 강화됐고 본인부담 상한제를 통해 한도 이상은 지원한다. 이마저도 탈락하면 재난적 의료비 지원체계, 3종 체계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의료비 가계파탄은 없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번 정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보장성 강화를 공격적으로 하기 보다는 빠르게 확대해왔으니까 앞으로 누수되는 부분을 잡는 것도 필요하다. 10년간 정책 방향이 계속 확대하는 쪽이었다. 확대 과정에서 보면 실제 예비급여 청구 들어오는 것이나 자료를 축적시키고 있으면 확대했던 것 중에 남용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본인부담 상한제 쪽에서 요양병원들이 남용했던 부분이 있다. 한번 제도 개선을 했지만 허점이 있었다. 전체 방향은 이런 부분을 잡아가려는 것이다.


Q. 문케어 5년간 보장성은 강화됐지만 보장률은 크게 향상되지 않았는데

A. 보장률은 따로 따져야 한다. 보장률의 반이 비급여, 그리고 나머지 반이 본인부담금이다. 본인부담금은 상한제라고 하는 기전이 있기 때문에 본인부담금을 낮추는 것은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 상한제가 있어 한해 얼마를 넘기면 본인부담금을 안내도 되는데 본인부담금 자체를 낮춰줄 것이냐, 아니면 상한제를 유지할 것이냐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비급여는 절반 정도 되는데 7~8할이 아직 비필수적인 비급여다. 이 비급여를 없애고 급여로 끌어들일 것이냐도 문제다. 

보장률 지표를 분화시킬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1인실 보험 적용을 안해준다. 건강보험 재정이 튼튼해도 1인실과 특실은 안해줄 것 같은 부분인데도 보장률에서는 비급여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아예 처음부터 지표에서 제외하고 보장률을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의학적으로 효과는 있는데 비용효과성 문제로, 경제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비급여가 되는 경우와 또 하나는 의학적 필요성이 떨어지는 비급여가 있다. 이것을 갈라서 분리해야 하지 않냐가 학계에서는 논쟁거리다. 이것을 물고 들어서 보장률을 이야기하면 문제가 있다. 보장률이 세계적인 통계는 아니다. 


건강보험 보장성 빠르게 확대, 제도 점검 필요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 가족 공격 보면서 제도 고민”

“환자 본인부담 상한제, 요양병원 남용 등 제도 허점 개선 필요한 시기”

“사회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도 변화에 능동적 대처 필요”


Q. 다른 나라 상황은 어떤가. 보장률로 비교될 수 있는지

A. 국민 의료비 중 공적 재정 비중은 얼마라고 하면 OECD 통계는 있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은 우리나라만 생산하는 지표다. 국제 비교가 되지 않다 보니 지표의 문제가 어느 정도가 적정 수준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세계 평균은 몇 %이고 상위 5개 국가는 몇%이고 이런 부분이 없다. 80%는 가야한다고는 하지만 왜 80%인지도 기준이 없다. 지금 보장률은 모든 비급여를 다 넣은 것이다. 거기서 정부가 몇개를 픽업해서 빼는 것 자체가 자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서는 이거 5개는 빼자부터 200개는 빼자 등 다양한 안들이 나온다. 보통 납득을 하는 것이 특실, 1인실, 수수료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는 되는데 빼지는 못하고 있다. 보장률이라고 하는 것은 보편적인 정책이다. 지금 남아있는 상태에서 보장성 강화를 하려면 확대할 것이 있느냐는 논란거리다. 예전에는 말이 비급여지 거부할 수 없는 비급여가 많았다. 특진료도 그렇고 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그런 부분은 거의 다 없어졌다.


Q. 과거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했던 재정에 대한 고갈 우려가 나오는데

A. 둘 다 맞는 얘기다. 건보재정은 단기재정은 항상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것은 중장기 재정이다. 왜냐하면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세대로 진행되고 있다. 십년 가까이 걸려야 전체 900만명 가까운 베이비부머 세대가 65세 이상으로 진입되기 때문에 10년 뒤를 보면 노인인구가 의료비를 많이 쓰니까 현재는 안정적이라고 하더라도 10년 뒤는 어떻게 될 것이냐가 논란이다. 이 때문에 툭하면 진료비 지불체계 논쟁도 나왔다. 문케어만 보면 코로나 등으로 인해 쓰기로 했던 금액을 다 안썼다. 실제 처음에 문케어 발표할 때 2017년에는 5년간 10조원을 쓰겠다고 했고 2022년에 누적흑자가 10조원 정도로 떨어져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 18조원 정도 남아있다. 누적흑자 규모를 계속 유지시켰다. 재정은 문케어 쪽이 80% 수준 이하로 관리했다. 근데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층으로 진입한 지 2~3년 정도 됐는데 노인의료비 증가 속도를 봤을 때 65세 이상이 그 이하보다 의료비를 3배 정도 더 쓰니까 5년~10년 뒤 중장기적인 재정 관리가 어떻게 될 것인가가 논쟁거리다.


Q. 문재인 케어 때문에 재정이 고갈된다고 주장하는 여당 주장에 대한 생각은

A. 당연히 고령화 얘기를 항상 곁들인다. 문케어 때문에 재정이 고갈된다고 하면 문케어를 중단한다고 재정이 남을것인가, 여당도 그렇게는 보지 않고 있다. 후폭풍으로 2~3년 후 돌아올 일이다. 중단한다고 흑자가 쌓여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령화를 고려하고 있다. 여러 위험 상황이 있는데 보장성 강화까지 함께 되면 구조적 취약성이 커진다는 입장도 있다. 양쪽의 말이 다 맞다고 본다. 재정의 중장기적 지속가능성을 더 중시하면 이렇게 시작할 수 있는 거고 다만 보장성 자체가 낮은 편이면 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Q. 보험급여과장부터 지금까지 의료계와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의료계에 하고 싶은 말은

A. 모든 것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현상유지만 해서는 안 된다. 필수의료 문제도 그렇고, 서로 간에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진도가 나가지 않고 주어진 체계로만 계속 가고 있다. 지금은 이렇게 이어질 수 있지만 5~10년 뒤에도 이렇게 갈 수 있을지는 걱정스럽다. 문케어를 담당하면서 신경썼던 부분이 건강보험 저수가 문제 해결 방안으로 보장성 강화를 활용해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수가, 인력구조를 과감하게 잘 되는 방향으로 뚫어야 하는데 이대로 가면 악화가 될 수 있다. 필수의료 부분도 갈수록 전공의들은 편중은 더욱 나빠질 것 같다. 큰 틀에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으로 구조개혁 쪽에 맞춰야 할 것이다. 고령화로 인해 여유 기간이 많지 않다. 5~6년 정도 지나면 의료비 상승 속도가 가파를 것이다. 전체적으로 여력이 있는 상태에서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지금이 적기인 것 같다. 건강보험 재정이 압박을 받아 상황이 악화되면 큰 구조개혁 논의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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