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방침에 끝까지 불응할 경우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취소는 물론 상급종합병원 자격 박탈까지 진행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지난해 정부가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기준을 강화하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반기를 들었다.
실제 서울대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기준 관련 사업계획서 제출기한인 지난 1월을 훌쩍 넘긴 5월 현재까지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기준을 맞추기 위한 공간 마련이 어렵다는게 이유다. 공간 부족 문제로 첨단외래센터 건립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권역응급센터 기준까지 충족시키기는 역부족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 속내를 들여다 보면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및 운영 기준에 대해 그동안 쌓여왔던 불만이 터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응급의료 질 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지나치게 과도한 책임만 강요당해온 상황에서 정부가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더욱 강화된 잣대를 드리우자 권역응급센터 보이콧에 나선 것이란 얘기다.
실제 복지부가 최근 서울대병원에 대한 현장실사를 실시한 결과 권역응급의료센터 기준 충족을 위한 공간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실사를 통해 결코 공간이 부족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사업계획서 제출기한을 연장해 준 만큼 전향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서울대병원이 복지부 바람대로 권역응급의료센터 기준 충족에 나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시설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응급실 포화지수 등 운영 기준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대병원은 지난 2014년도 권역응급센터 평가에서 18개 의료기관 중 17위를 차지했다. 최하점을 받은 이유는 응급실 과밀화였다.
결국 권역응급의료센터 자격을 유지하더라도 운영 기준 미충족으로 수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만큼 아예 자격을 포기하는게 낫다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복지부가 우려하는 것은 이번 사태가 비단 서울대병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병원들도 유사한 불만을 갖고 있어 자칫 도미노 현상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징성이 높은 만큼 보건복지부는 어떻게든 서울대병원의 순응을 이끌어 내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서울대병원이 권역응급의료센터 자격을 스스로 포기할 경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도 어렵게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권을 갖고 있는 서울특별시와도 이미 말을 맞춰 놓은 상태다.
서울대병원이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이어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받지 못할 경우 자동으로 상급종합병원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일단 사업계획서 제출을 기다려본 후 서울대병원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원칙에 입각해 처리해 나갈 계획”이라며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