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이식용으로 기증된 신체 조직이 환자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환자의 성체 세포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s;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를 만드는 것에는 이식용 신체 조직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
iPSCs란 특정한 전사 인자를 가진 유전자가 체세포에 발현하게 함으로써 세포 자체를 다시 프로그램한 줄기세포를 말한다.
대체로 이식 환자의 몸은, 증여자의 신체 조직을 잠정적 병원체로 보고 면역체계를 가동한다. 흔히 말하는 면역 거부반응이다. '만능'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지 않게 iPSCs도 이 문제에선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의 토비어스 디어스 교수팀이 유전자편집으로 이식 거부반응을 회피하게 조작한 신종 iPSCs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의학 전문매체 '메디컬뉴스투데이(www.medicalnewstoday.com)'가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새로 개발된 iPSCs는 '어디에나 이식할 수 있는(universally transplanted)', 진정한 만능줄기세포가 될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디어스 교수가 제1 저자를 맡은 연구 보고서는 과학 저널 '네이처 생명공학(Nature Biotechnology)'에 실렸다.
연구팀은 면역체계의 감시망으로부터 줄기세포를 숨기기 위해 'CRISPR-Cas9'이라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사용했다. 줄기세포 유전자 중 단 세 개에 손을 댔는데, 두 개는 제거하고 나머지 하나는 활성도를 높였다.
그런 다음 생쥐에 생명공학 기술을 적용해, 환자의 몸처럼 강화된 면역기능과 이식 거부 성향을 갖게 만든 뒤 이 줄기세포를 이식했다.
초기 단계에서 일군의 단백질 활성도를 제어하는 유전자 2개를 제거한 건 직관적인 시도였다.
'주요 조직 적합성 복합체(MHC;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1종과 2종에 속하는 이들 단백질은 면역체계에 신호를 보내 면역 반응을 촉발한다.
MHC는 피부나 장기 등의 이식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항원으로 세 가지 종류(class)가 있다. 예를 들면 증여자와 수혜자의 MHC가 더 많이 일치할수록 성공 가능성이 크다.
이런 MHC 단백질의 유전정보를 암호화하는 유전자가 제거되면, 해당 세포는 이들 단백질에 '이물질' 딱지를 붙여 면역체계에 비상 신호를 보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프리 패스'를 갖게 된 건 아니다. 이번엔 과학자들이 'NK 세포(natural killer cell)' 또는 '자연살해세포'라고 부르는 백혈구의 공격 목표가 됐다.
연구팀이 NK 세포의 공격을 피할 방법을 찾다가 발견한 게, 통상 다른 면역세포의 활동을 저지하고 NK 세포도 억제하는 세포표면 단백질(cell surface protein) 'CD47'이다. 이 단백질이 NK 세포 문제의 해법이라는 사실이 추후 생쥐 실험에서 입증됐다.
연구팀은 새로 만든 자칭 '만능줄기세포'를 생쥐의 심장에 이식한 실험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이식된 줄기세포는 정상적인 심장 혈관과 근육 조직을 만들면서 장기간 살아남았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디어스 교수는 "줄기세포와 그 유래 조직의 면역 거부 문제를 새로운 기술로 해결했다"면서 "줄기세포 치료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룬 것"이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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