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공공의료는 ‘어렵고’, ‘힘들다’는 게 세간의 인식이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은 "공공의료서비스는 질이 낮다"는 편견에 시달리기 일쑤다.
그러나 취약계층, 특히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주민들에게는 공공의료 서비스가 필수적이다.
공공의료기관이 없는 지역들은 해마다 의료원 설립을 숙원사업으로 꼽는다. 지자체 간에는 보다 가까운 곳에 의료원을 설립하기 위한 알력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만큼 공공의료는 필요한 이들에게는 간절한 존재다.
이 가운데서도 충남 공주시에 있는 공주의료원은 1910년 설립된 이래 100년이 넘는 지금까지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보살펴 왔다.
지난 2016년에는 신축 이전을 통해 노후화된 시설과 장비를 전면 교체하고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중이다.
신축 기간 동안 의료원장을 맡았던 김영배 前 공주의료원 원장은 “정말 정신없이 바빴다”며 재임 당시를 술회했다.
김영배 전 원장은 2015년 12월부터 3년 간 의료원이 이전 준비를 시작하고 마친 후 자리를 잡는 기간 동안 병원장을 맡았다. 뜻하지 않게 일복이 많았던 셈이다.
“안전을 위해 중증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등 준비작업을 마친 후 시설을 정비했다. 이후 곧바로 인턴 수련병원 인증기준 충족을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나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고생을 많이 했다.”
이전 작업은 2016년 10월에서야 끝났고 수련병원 인증이 이듬해 4월에 이뤄졌으니 시간이 촉박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직원들의 불만도 컸다. 그러나 의료의 질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게 김 前 원장의 신념이었다.
그는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은 같은 수가 구조에서 환자를 진료하지만 설립 취지가 다르다”며 “의료는 국민 건강을 위해 정부가 갖춰야 하는 공공재와 같다. 민간병원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공공병원이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공공병원은 그래도 돼’라는 건 없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목적과 취지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며 “ 때문에 공공병원일수록 더욱 효율적인 경영과 혁신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 전분야 선택과 집중 기반 효율성 제고·능동적 대처”
그렇다면 공공병원 혁신이란 무엇일까. 그는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명료한 답을 내놨다.
“대형병원을 따라잡으려는 것은 혁신이 아니다. 공공병원의 재원이 한정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수가 구조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것도 맞다. 그러나 개별 병원이 당장 극복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각 의료원의 고민이 될 것이다.”
김 전 원장의 혁신은 의료원 이전 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우선 병원에서 새로 사용할 소모품과 장비들을 구입해야 했다. 보건복지부로부터 70억원을 지원받았다.
“병원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인력이 많이 없다. 구매 담당 직원도 단 한 명이었다. 내가 혼자 결정한다고 효율이 높아지는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면 전문적인 조언을 듣고 결정할 수 있도록 위탁하는 방식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이에 행정자치부장관이 지정한 구매위탁 업체를 활용했고, 무려 23억원을 절감해 복지부에 오히려 예산을 반납하는 결과를 얻었다.
공주의료원은 당시 해당 업체 서비스를 이용한 다른 지방의료원들 가운데서도 약 35%에 달하는 이례적인 절감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무조건 제일 싼 것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전문업체에 전적으로 위탁하는 대신 업체와 병원 간 커뮤니케이션에는 직원들을 충원해 믿고 맡겼다. 이후에도 내가 구체적인 결정을 하기보다 적임자를 찾아 책임감을 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자 직원들도 조금씩 달라졌다. 그는 "혼자서 혁신을 외치고 강요했다면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의료진과 직원들이 공주의료원의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 갈 당사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대형 의료기관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진료비 청구도 신속하게 하도록 했다.
일손이 부족한 의료원에서는 늦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간호사 수련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의료진 교육도 독려했다. 감염 관리를 위한 지역 친화적인 ‘열린 면회실’을 만들어 복지부로부터 보조금도 받았다.
억지로 하기에는 쉽지 않은 노력이다. 본래 지역 공공의대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등 공공의료에 관심이 많았던 김 전 원장은 “내가 특별히 사명감이 크다고는 할 수 없다. 공공의료에 대해 접할 기회가 많아진다면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공의료기관의 방만 경영은 과감하게 잘라내고, 착한 적자는 메워 주는 것이 맞다. 의대생 시절부터 공공의료 이념을 접하고 인식을 확립하는 기회가 있다면 ‘왜 이렇게 수고를 들여야 하는가’라는 의문은 없어진다. 그런 절차 없이 공공의료에 대한 무관심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공공의료를 위해 헌신하고 싶다는 것이 김 전 원장의 바람이다. 그는 “초고령 인구가 늘면서 건강 문제가 부상하는 중이다. 이들을 관리하기 위한 가정간호와 왕진 등의 서비스는 공공의료가 할 수 있다. 그런 일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