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보호자가 병원 대신 전공의를 타깃으로 하는 소송이 늘고 있다. 신해철법이 시행되면 타깃이 전공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려스럽다.”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20기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정기 대의원 총회에서도 ‘신해철법’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의료분쟁 조정절차가 병원 측 동의 없이도 자동으로 이뤄지는 일명 ‘신해철법’,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오는 11월30일부터 시행된다.
30일부터는 피해자(환자, 보호자)가 의료중재원 등 조정기관에 조정을 신청하더라도 피신청인(병원, 의료인)이 거부하면 각하되는 기존 의료분쟁 조정 방식도 바뀌게 된다.
의료사고 피해자가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상태에 놓이고, 장애등급 1등급(지적장애·자폐성 장애 제외)에 해당하는 중증 상해를 입거나 사망했을 때 환자나 보호자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료분쟁 조정을 신청하면 피신청인 동의 없이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된다.
전공의들도 법안의 직접 당사자로서 의료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데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날 참석한 한 전공의는 “수요일(11월30일) 신해철법이 시행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시행이 코앞이지만 전공의나 수련병원들이 체계적으로 대응할 준비는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병원 의무기록이 중요해질 것 같은데, 지금도 의무기록으로 인한 업무 과중이 상당하다. 의무기록에 더 많은 인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전협 기동훈 회장은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되면 전공의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의료분쟁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중환자 진료에 큰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를 중환자를 맡는 진료과목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생길 수 있다”며 우려감을 표했다.
이상형 부회장은 “요즘은 병원들이 법무팀을 통해 소송에 체계적으로 대응한다보니까 환자, 보호자가 개별 전공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며 “결국 그 대상이 전공의가 될 수 있고 자칫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대전협 차원에서의 법률 자문 등 대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전공의는 "법안 시행에 대비할 만한 현실적인 예방지침을 알려달라"고 질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전협 조승연 고문변호사는 “아직까지 사례(케이스)가 없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얘기하는 게 쉽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앞으로는 예전보다 애매모호한 사건들이 의료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또 병원 쪽에서 전공의의 잘못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병원에서도 책임 떠넘기기보다는 시스템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