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최적의 조합’이라는 병원과 제약사의 합작품. 하지만 바로 그게 화근이었다.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탄생한 골관절염치료제 ‘신바로’에게는 말이다.
신바로(성분명 신바로메틴)는 스티렌, 조인스, 아피톡신의 계보를 잇는 국산 천연물 신약 4호로, 획기적인 유효성과 안전성 때문에 개발 단계부터 이목을 집중시켰던 제품이다.
특히 이 제품의 태생이 잘나가는 병원과 상위 제약사의 만남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신약 개발의 모범답안’이라는 평가까지 내려지기도 했다.
실제 신바로의 주성분인 신바로메틴은 척추 전문 자생한방병원의 노하우를 통해 개발된 추나약물이다.
자생한방병원은 20년 동안 풍부한 임상을 통해 신바로메틴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보했고, 서울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등 국내 유명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통해 그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데도 성공했다.
이들의 공동연구는 SCI급 학술지에 발표되기도 했다. 신바로메틴의 가능성에 주목한 곳은 바로 녹십자였다.
신약 개발 의지가 남달랐던 녹십자는 자생한방병원 측에 제휴를 제안, 지난 2003년 12월 천연물 신약 개발 조인식을 치렀다.
천연물 신약이 상대적으로 연구개발비와 기간이 적게 소요된다는 점에서 신바로메틴은 녹십자에게 적잖은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당시 녹십자 측은 “열악한 국내 신약 개발 상황을 감안할 때 비용과 기간 등 모든 면에서 천연물 쪽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자생한방병원 신준식 이사장 역시 “인체에 무해한 천연물 신바로메틴은 퇴행성 골관절 질환의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신약 개발 가능성을 장담했다.
그 후로 7년. 양측의 기대는 현실이 됐다. 녹십자가 꾸준한 연구와 임상시험을 통해 신바로메틴의 항염증, 말초성진통, 신경세포재생 효과, 조골세포증식 효과 등의 약리작용 및 기전을 확인했고, 2011년 1월 드디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시판허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때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원천기술을 제공한 자생한방병원이 신바로 승인에 맞춰 대대적인 홍보전을 전개하면서 양측 사이에 이상기류가 형성됐다.
7년이란 세월 동안 100억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제품화에 성공, 그 영광과 보람을 맘껏 누리고 싶었던 녹십자 입장에서는 자생한방병원의 행보가 마뜩지 않았기 때문.
실제 자생한방병원은 신바로 승인 하루 전 녹십자와 함께 개발한 천연물 신약이 시판허가를 받았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하며 홍보에 나섰다.
또한 병원 홈페이지에도 신바로의 탄생을 조명하는 자료를 게재하는 등 병원이 천연물 신약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음을 알렸다.
예상치 못한 자생한방병원의 행보로 인해 7년 기다림 끝의 영광을 맘껏 누리지 못했지만 녹십자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바로가 골관절 질환에 쓰이는 전문의약품으로 승인 받은 만큼 마케팅 타깃을 정형외과에 둬야 하지만 한방에 대한 의사들의 반감을 감안하면 자생한방병원과의 연계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IMS(Intramuscular stimulation, 근육내 자극요법) 시술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의료계와 한의계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녹십자의 근심이 큰 상황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본격적인 출시를 앞두고 신바로와 자생한방병원의 연관성이 자꾸 부각되는 것은 사실 고민 되는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녹십자의 애를 더욱 태우는 것은 앞으로도 자생한방병원의 행보에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자생한방병원과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정기적인 로얄티를 제공키로 합의, 신바로가 출시된 이후에도 신바로메틴에 대한 비용을 계속 지불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생한방병원 관계자는 “신바로 개발은 주로 임상으로만 확인했던 척추질환 치료 한약 처방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며 “이러한 점을 적극 알리고자 하는게 병원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천연물 신약 4호인 신바로는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평가위원회와 약가협상을 진행 중에 있으며 이르면 8~9월경 출시될 예정이다.
2003년 조인식 당시 신바로메틴의 시장가치를 3000억원으로 추계했던 녹십자는 최근 출시 1년 내 100억원, 5년 내 500억원으로 예상 매출을 하향 조정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