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이 국내 제약사를 상대로 낸 '의약품 리베이트 환급 민사 소송'에 대해 법원이 패소 판결을 내리자, 환자 및 시민단체들이 불복 의사를 표하고 나섰다.
환자단체연합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시민모임 등은 13일 "1심 판결의 논리는 인정할 수 없는 대목이 많다"며 "항소해 1심 재판부가 왜곡한 실거래가 상환제를 복권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31부(부장판사 오영준)는 부당한 리베이트 제공으로 인해 과도한 약제비를 부담했다며 환자들이 중외제약, 대웅제약, 동아제약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환자들의 손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실거래가 상환제 아래 음성적으로 리베이트를 주고받았다"며 "겉으로는 보험고시가 상한금액을 실거래가로 신고해 약값을 받아도 이로 인해 환자나 건강보험공단이 손해를 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환자단체는 이러한 논리에 수긍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단체는 "이는 새로 도입된 '시장형실거래가 상환제', '처방·조제 약품비 절감 장려금 제도' 등 실거래가 상환제를 파탄시키는 것으로, 우리나라 약가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잘못된 논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재판부는 ‘제약회사와 요양기관이 보험고시가 상한금액으로 속여서 청구하기로 담합한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점'을 판결 근거로 봤으나, 환자단체는 이에 대해 부정했다.
이들은 "제약회사와 요양기관(병원, 약국)이 약가를 인하하지 않고 몰래 리베이트를 제공했고, 겉으로 의약품 영수증 가격은 보험고시가 상한금액대로 공급된 것처럼 속여 환자들과 건강보험공단에 약제비를 청구해온 사실이 밝혀졌는데, 도대체 무엇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냐"며 성토했다.
'리베이트를 공제하지 않고 보험고시가 상한금액대로 부풀려 청구한 것에 대해서도 환자들이나 건강보험공단이 약제비를 과다하게 지급하는 손해를 입지 않았다'고 본 판단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재판부는 "이익을 공제하지 않고, 명목 영수증 가격인 보험고시가 상한금액대로 모두 청구한 것은 아무런 문제도 없고, 환자들이나 건강보험공단은 과다청구로 손해를 입은 것이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단체는 "실제로 받은 이익을 공제한 실거래가가 아닌 보험고시가 상한금액으로 약값을 청구했다면 환자들은 그 차액만큼 손해를 입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999년 상환제에서 실거래가 상환제로 새로운 약가제도가 도입될 때부터, 요양기관이 환자들이나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는 약제비는 명목 영수증 가격이 아니라 실제 받은 이익을 모두 공제한 '실거래가'여야하는 것이 전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당시 실거래가 상환제를 도입하면서 모두가 가장 크게 우려한 것은 제약회사와 요양기관이 겉으로는 보험고시가 상한금액대로 의약품이 공급되는 것처럼 속이고, 음성적인 방법으로 약가 할인을 하거나, 실거래가를 속이고 높게 유지하는 것, 소위 '당겨쓰기'였다"며 "재판부의 판단은 실거래가 상환제를 근본적으로 무력화시키는 것이다"고 말했다.
'제약사와 요양기관에게 시장경쟁체제에서 가격결정의 자유가 있으므로 문제없다'고 본 재판부 해석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단체는 "이는 실거래가 상환제를 파탄시키는 것"이라며 "가격결정의 자유를 이유로 환자들의 손해를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제약회사 3곳은 리베이트를 부당 제공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았으며 대법원은 제약사의 과징금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