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수첩] “제발 그만해. 나 너무 무서워. 이러다가 다 죽어.”
올해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명대사다. 게임 참가자 중 최연장자인 오일남 할아버지가 한밤 중에 서로를 죽이는 참가자들을 보며 외친 절규다.
오징어 게임 열기는 다소 잠잠해졌지만 오일남 할아버지가 남긴 명언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회자되고 있다.
국내 의료계에서도 이 씁쓸한 대사가 꼭 들어맞는 대목이 있다. 바로 중소병원이 처한 현실이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중소병원정책개선특별위원회가 주관한 토론회에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우리나라 중소병원 실태를 '오징어 게임'에 빗댔다.
우봉식 소장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던진 말이지만 설 자리를 잃어가는 중소병원 현실을 보면 그의 발언은 진심에 가까워 보인다.
중소병원 경영난은 지난 2017년 8월부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대학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면서 시작됐다. 경영난은 폐업률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최근 5년 간 의료기관 종별 폐업률 통계’를 살펴보면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 의원 등 의료기관 평균 폐업률은 4%대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병원 폐업률은 6.8%로 평균을 웃돌고 있다. 특히 2020년 기준 병원 폐업률은 5.8%였던 반면 종합병원 3.0%, 요양병원 4.9%, 의원 3.4%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병원 폐업률은 법인사업자 폐업률 5.9%와 비슷하다.
폐업률과 반대로 최근 5년 의료기관 종별 건강보험진료비 총액을 살펴보면 병원 진료비 누적증가율이 가장 낮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가장 높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의료기관 종별 요양급여비용 총액 누적 증가율은 상급종합병원 42.5%를 비롯해 종합병원 44.7%, 병원 29.4%, 요양병원 29.2%, 의원 32.5%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들이 분원 설립을 추진하면서 중소병원들의 표정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대학병원이 환자와 의료 인력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자리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도 중소병원을 살리기 위해 간호인력 수급문제 및 대학병원 분원설립 제한, 중소병원 토요가산제 확대, 의료 질 평가 지원금, 공동활용병상 기준 완화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로써는 울림없는 메아리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학병원 유치에 성공한 지역주민들은 당장은 기쁠지 몰라도 의원에서 경증환자, 종합병원에서 중증환자라는 의료전달체계가 위태로워지는 현상은 심히 고민해봐야 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제발 그만해. 이러다가 다 죽어”라는 오징어 게임 속 대사가 유독 한국 사회에서만 회자되는 이유가 어림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