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 없다. 내가 잡초 되기 싫으니 그대를 꽃으로 볼 일이로다.”
박정수 충남대학교병원 대외협력실장은 지난 7일 열린 '2022 대한민국 헬스케어 홍보포럼'에 연자로 나서 이채 시인의 시(詩) 구절을 인용해 홍보실장과 홍보팀장의 관계를 묘사했다.
박정수 대외협력실장(응급의학과)은 지난해 11월 보직 발령 후 처음 맡는 홍보 업무를 관장하며 느낀 소회를 담담히 소개했다.
그는 “20년 이상 응급실에서 근무하다 보니 신속한 결정과 추진력 등이 몸에 베었다”며 “대외협력실장이라는 새로운 보직을 처음 맡고 90일 내 장악을 자신했다"고 부임 당시 각오를 술회했다.
하지만 홍보실장으로서 초반의 자신은 '민폐'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신임 홍보실장으로서 의욕을 갖고 여러 아이템을 제안했지만 홍보팀장이 계속 즉답을 피해 무시하는 게 아닌가 곡해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행정 업무는 타부서와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팀에 많은 민폐를 끼쳤다”며 “90일 내 장악하겠다는 의욕은 점점 소외감으로 바뀌어 갔다"고 덧붙였다.
“홍보팀 울타리, 의료진-행정직 가교 역할”
좀처럼 갈피를 못잡고 있던 상황에서 큰 전환점이 생겼다. 오랜 친구였던 의료 전문지 기자에게 고충을 털어놨고, 명료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박정수 실장은 “친구와 상담 후 홍보실장은 홍보팀 직원을 관리하고 업무를 지시하는 것보다 그들의 울타리가 돼줘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에는 조직원들이 홍보팀 노고와 고충을 역할을 도외시 하는 경향이 있고, 문제가 발생하면 늘상 비난은 홍보팀 몫"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보호막이 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의료진과 행정직과의 가교 역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교수들은 행정직 직원 얘기를 귀담아듣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럴 때 의사인 홍보실장이 가교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인턴이나 전공의 관리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며 “그들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지나친 간섭 대신 과도한 지원이 진정한 홍보실장의 역할이었다”고 덧붙였다.
유쾌한 동행 위한 전제는 ‘상호 존중’
그는 "의사 홍보실장과 행정직 홍보팀장의 유쾌한 동행을 위해서는 '상호 존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충남대병원 의료진과 행정직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결과를 제시했다. 해당 설문은 이번 발표를 위해 박정수 실장이 직접 교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행정직 직원들은 의료인 보직자에 대해 ▲직원 의견을 무시하고 본인 의견만 강요한다 ▲대면이 어려운 탓에 일처리 늦어진다 ▲잦은 교체로 부서 목표가 수시로 달라진다 ▲타 부서 보직자와 유대관계가 좋지 않을 경우 협조가 어렵다 등을 꼽았다.
좋은 점으로는 ▲의료에 대한 전문 지식 ▲유연하고 풍부한 아이디어 ▲행정직 대비 상대적으로 수월한 업무 추진력 ▲정책적 결정사항 설득 시 높은 수용도 등이 있었다.
역으로 의료진 보직자들이 행정직 직원들에 갖는 불만사항으로는 ▲사전 보고 없이 일 처리 ▲문제 발생 시 부하 직원에 책임 전가 ▲보직자의 지시를 무시하는 느낌 등이 제시됐다.
박정수 실장은 “양 직역 모두 서로가 존중받지 못할 때 가장 힘들다고 느꼈다”며 “이는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의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존중받고 싶다면 상대방을 먼저 존중해야 한다”며 “이것만 지켜진다면 홍보실장과 홍보팀장은 아찔한 동행이 아니라 유쾌하고 행복한 동행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