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협회가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친환경적 자동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소방시설을 의무화하는 법안에 ‘신중 검토’ 의견을 내놨다.
병원협회는 박범계, 조수진, 이동주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친환경자동차법 개정안’ 김영호 의원이 발의한 ‘전기안전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최근 검토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환경친화적 자동차 보급 촉진을 위해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공동주택 등에 환경친화적 자동차 충전시설 및 전용주차구역을 의무 설치토록 하고 있다.
주차구획 총 50개 이상의 공중이용시설에는 2024년 1월 27일까지 시·도 조례에 따라 신축시설과 기축시설에 대해 총 주차대수의 5%와 2% 이상의 범위에서 각각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전기자동차로 인한 화재발생이 증가하고 있고, 전기자동차 특성상 열폭주 현상 발생 등으로 화재 진압이 매우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대부분의 주자장은 건물 지하에 위치하고 있어 소방차량 진입 어려움 등으로 대형참사가 예상되고 있어 충전시설 설치시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기자동차 화재는 2020년 11건, 2021년 24건에서 지난해에는 44건으로 증가했다.
장소별로는 도로가 43건(54.4%), 충전 등 주차 중 발생 화재는 29건(36.7%)으로 주차 중에 발생하는 비율이 높아 충전시설 설치시 소방시설도 갖춰야 한다는 게 입법 취지다.
병원협회는 전기차 및 충전시설 화재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어 이에 따른 소화수조, 소방용수시설 등 소방설비를 설치토록 하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정책과 법령 등을 통해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시설을 확충해 나가고 있으나, 전기차 화재에 대한 대응 능력은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기차 화재의 원인으로는 외부 충격, 배터리 결함, 과충전 등이 지목되나, 명확한 화재 원인 규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배터리 화재시 1000℃ 이상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는데 스프링클러 설비 등과 같이 외부에서 물을 뿌리는 방식의 일반적인 소화시스템으로는 화재 진압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검증된 전기차 화재 진압 방법으로는 차량 주변에 조립식 간이 수조를 만들고 물을 채워 차량 바닥에 위치한 배터리의 온도를 낮추는 게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는 많은 시간과 다량의 물을 필요로 해 실내 공간 화재 발생시 짙은 연기와 유독가스, 공간 협소 등으로 소방관이 수조 등을 이용해 화재를 진압하기 어려운 제한점이 있다는 것이다.
병협은 “효과적인 화재진압 방법 및 소방시설에 대한 검증된 방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충분한 검토없이 소방시설만 의무화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차 화재안전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이 마련된 후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소방당국 차원의 맞춤형 장비 확충과 화재 대응 지침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기차 충전시설이 전기차 개발 및 보급 촉진을 위한 국가 정책 일환으로 추진된 사항인 만큼 소방시설 설치에 대한 비용도 정부 지원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전기차에 대한 화재 안전성이 담보될 때까지 현행 전기차 주차구역 및 충전시설 설치 기한도 유예하는 방안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