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인 경보' 전공의 지원자도 병원도 초민감
하반기 모집 실패, 역대급 신경전…전형 결과 '비공개' 속출
2024.08.01 15:38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의정 사태의 변곡점으로 관심이 집중됐던 2024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별다른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지원자는 자취를 감췄고, 병원들도 예상한 듯 덤덤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다만 사직 전공의 대부분이 이번 모집에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극소수 지원자를 둘러싼 극도의 신경전이 원서접수 막판까지 이어졌다.


사실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의대교수들이 수련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에서 이뤄진 만큼 “제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스승의 뜻을 거역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1만명 넘는 전공의들이 수련현장을 떠나 수 개월 동안 정부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일대오를 이탈할 경우 자칫 ‘배신자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감도 강하게 작용했다.


때문에 예상대로 일선 수련병원들의 모집창구는 원서접수 기간 내내 개점휴업 상태에 비유될 정도로 한산했다.


그럼에도 극소수 지원자는 있었다. 대부분의 수련병원들이 인턴, 레지던트 1년차와 상급년차를 막론하고 단 한 건의 원서도 받지 못했지만 일부 병원에는 지원자가 문을 두드렸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해당 병원들은 지원자들이 자칫 동료들로부터 배신자 낙인이 찍힐 것을 우려해 지원현황 공개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 병원은 지원자 수는 공개했지만 어느 전문과목에 지원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고, 일부 병원은 아예 지원현황 공개 자체를 거부했다.


데일리메디가 지난 20년 동안 매년 상‧하반기 전공의 지원현황을 조사해온 이래 가장 많은 병원들이 공개를 거부하며 이번 전형의 민감성을 방증했다.


특히 전공의 정원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빅5 병원 중에서는 세브란스병원을 제외한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4곳이 비공개 방침으로 선회했다.


평소 병원 홈페이지에 실시간 지원현황을 게재하며 전공의 충원에 적극적이던 모습과는 대조를 이뤘다.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이번 모집은 충원율 보다 지원자 보호에 더 신경을 썼다”며 “‘낙인 주의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원자나 병원들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원자들 역시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원현황 실시간 보도가 이뤄지는 동안 데일리메디에는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대부분이 이번 모집에 지원한 전공의들이었다.


이들은 지원현황 정보만으로 지원자를 특정하는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낙인에 대한 두려움을 표했다.


실제 일부 의사 커뮤니티에는 각 수련병원 전공의 지원현황 정보가 공유되면서 지원자 색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수련병원 관계자는 “지원자들도 피치못할 사정이 있을텐데 무조건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는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며 “어쩌다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됐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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