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국민의힘이 의료계 단체들에 '여야의정(與野醫政) 협의체' 참여를 공식 요청했지만 정부 부처와 대통령실이 "2025년도 정원은 논의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지속하며 의료계 불참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전의비) 관계자는 지난 11일 데일리메디에 "국민의힘으로부터 협의체 참여 요청이 오긴 했지만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으면 협의체는 별 의미가 없다. 전공의들은 계속 2025년 증원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는데 정부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에 협의체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의료계 15개 단체에 협의체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협의체 참여 요청 공문을 받은 단체는 전의비를 비롯해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의학회, 상급종합병원협의회, 대한병원협회, 수련병원협의회와 빅5 병원인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이다.
"전공의하고 의대생 가장 중요…정부 신뢰할 만한 先(先) 조치 있어야"
전의비 외 다른 의료계 단체들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부정적 반응이 지배적이다.
의협 관계자는 협의체 참여 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면서도 "의협 기본 방침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동의하지 않는 협의체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은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의대생과 전공의 의견이 중요하다"며 "협의체는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그들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면 의료계 참여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계는 정부가 합의문을 썼음에도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불신이 팽배하다. 지난 7개월동안 사태 해결 의지를 보여주지 않은 정부가 이제와서 협의체가 구성됐으니 들어와 이야기하자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정부를 신뢰할 수 있을만한 실효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2025년, 2026년 등 연도와 상관없이 논의할 수 있는 자리라는 신뢰를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참여 긍정적 단체 있어…마냥 기다리기에는 상황 절박"
협의체 참여를 요청받은 의료계 단체 구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참여 요청을 받은 의료계 단체 중 병원 또는 병원 관련 단체들이 많은 것에 교수들 사이에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라고 전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전공의가 사용자와 같은 테이블에 있어야 하는 모양새"라며 "병원과 병원 관련 단체들은 지금까지 증원에 대해 입장을 밝힌 적도 없고, 병원은 이 사안의 이해당사자라고 보기도 어렵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교수 대부분 협의체에서 논의를 진행하는 것에는 긍정적"이라며 "다만 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협의체 구성을 비롯해 정부‧여당의 변화를 조금 더 기다려보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1일 경남 양산부산대병원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의료계의 대표성 있는 많은 분이 협의체에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더라도 일부 참여하겠다는 단체라도 있다면 먼저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 경로로 의료계에 협의체 참여를 부탁하고 있고, 긍정적 검토를 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의료단체가 얼마 이상 참여하기를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절박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