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수가협상) 막이 오른 가운데 올해도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가협상에 적용되고 있는 SGR모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코로나19 국면에 대한 가입자와 공급자의 간극이 큰 탓이다.
SGR모형은 수가협상에서 환산지수 조정률을 산출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도입된 지 13년이 넘어 현재의 진료 현장과는 맞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
보건당국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는 있으나 새로운 근거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데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매년 조금씩 SGR 모형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수가협상을 진행해 왔다.
올해는 상견례 자리에서부터 이 같은 문제가 언급됐다.
건보공단 강도태 이사장은 "단기적으로는 SGR 모형으로 환산지수를 산출할 수밖에 없으나 중장기적으로 진료비 관리 측면에서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공단에서 진행 중인 수가구조 개편 방안 연구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을 도출하기를 바란다"며 "형식적 수가협상이 아닌 제대로 된 개선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 윤동섭 회장도 "공단이 SGR모형 개선을 검토하고 있는 데 감사를 전한다"면서 "지난 2013년부터 동일 의료행위에 대한 병원과 의원 간 환산지수가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반드시 개선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변수도 여전히 문제다.
현재는 일상회복 단계를 밟고 있지만, 보건의약단체는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 대응 및 이에 따른 손해를 근거로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가입자 측 협상단도 마찬가지다.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 장기화 상황 속에서 더 이상의 보험료율 인상은 부담이라는 입장을 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도 "가입자 측은 수가 동결 내지는 최소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19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2019년 기준의 협상이라는 이유로, 지난해에는 가입자 측과의 조율 끝에 아쉬운 협상을 해야 했던 의약단체들의 반격 준비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협상이 결렬된 병협 윤동섭 회장은 "환산지수가 진료비 증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병원의 진료비 증가는 코로나19 대응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점이 반영돼야 할 것"이라며 "방역 대응에서 병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갈등의 불씨를 안고 출발하는 수가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