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수가협상) 1차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협상단을 꾸린 각 의약단체 표정이 좋지 못하다.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1차 수가협상에서 공급자 측 협상단은 예상대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 어려움을 호소했다.
첫 출발은 대한약사회가 맡았다. 약사회는 1차 부터 1시간 30분에 달하는 협상을 진행했다. 통상 유형별 현황을 간단히 공유하는 차원으로 이뤄졌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협상 후 약사회 이용화 보험이사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장기처방이 늘었고 이에 따라 약품비가 증가했는데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조제료 수익이 줄어들며 경영 악화에 이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약국은 환산지수 인상률이 3.3%였지만 실제 행위료 증가는 2.9%로 현실을 반영한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라며 "공단에 이런 주장을 전달했지만 재정소위에서 결정되는 추가재정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잘 될지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12일에 진행된 의원과 치과, 한방 유형 협상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의원 유형 수가협상단장을 맡은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건보공단 측 제안이 지난해 3% 인상률보다 낮을지도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동석 회장은 "의료기관은 손실보상과 신속항원검사 등으로 인한 수익이 있고, 가입자는 보험료 인상으로 어려운 시기라고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진료비 증가나 의료기관 수익 문제는 수가협상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입자 측은 건강보험 인상이 어려운 시기라는 입장이나 저희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진료비 증가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착시 현상에 가깝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전체 진료비는 늘었지만 이는 장기 처방에 따른 것으로, 입원 및 내원일수는 줄어들었기 때문에 실제 진료비가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공단 측은 지난해 인상률인 3%보다 어려울 것 같다는 뉘앙스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우리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치과 유형 수가협상단장인 대한치과의사협회 마경화 부회장은 "치협은 최근 10년동안 6번이나 결렬됐다. 올해는 공단에서 보건의료 인프라가 보장되는 적정 수가를 강조하신 점을 기대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갈수록 추가재정이 수가협상에서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것 같다. 밴딩의 특성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며 "그러나 그 과정을 우리가 확인할 길이 없어 답답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협상 후 치협 김수진 보험이사는 "이미 공단에서 추가재정이 보수적으로 잡힐 것 같다는 언급을 여러 번 해서 쉬운 협상은 안 될 것 같다"라며 "현실을 반영한 수가협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입자 측의 주장이 초반부터 강경해 보이고 공단 또한 누적 흑자와 수가 협상과는 관련이 없음을 못박은 상황인 만큼 앞으로의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