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최근 기획재정부(기재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공공기관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연내에 완료할 것임을 천명하면서, 직무급제가 정부와 의료계 노조 간 갈등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직무급제란 업무 성격·난이도·책임 정도 등으로 직무를 나눈 뒤 직무 종류·단계 등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직무평가에 따라 임금 수준이 결정되며, 호봉제처럼 매년 자동적으로 임금이 인상되지는 않는다.
기재부 관계자는 22일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공공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직무급제와 관련한 공문을 발송한 사실은 없지만, 현재 호봉제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내부적으로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현 호봉제가 바뀔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료계 간 전운(戰雲)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국립대병원 10곳은 모두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다.
지방소재 A국립대병원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호봉제-직무급제 전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확답할 수는 없다”면서도 “전환이 결정될 경우 정부 방침을 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B국립대병원 관계자도 “정부에서 하달하는 매뉴얼은 국립대병원들이 공통적으로 준수하는 것”이라며 “직무급제 전환이 결정되면 10개 국립대병원이 다 함께 간다고 보면 된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C 공공의료기관에서는 내부적으로 호봉제를 연봉제 혹은 직무급제로 전환하는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C 의료원 관계자는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얼마 전부터 내부적으로 호봉제 폐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이와 관련, 의료계 양대 노조는 직무급제 자체를 절대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는 호봉제를 십 수 년 간 유지해 왔는데 이를 폐지한다는 것은 임금으로 갈라치기를 하는 것”이라며 “전 정권의 성과연봉제처럼 강행한다면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병원은 직종만 60개인데, 이 직종들을 무슨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공정한 데이터를 내놓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고, 의료란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의료연대본부 관계자도 “직무급제는 성과연봉제와 다를 바 없다”며 “기재부에서 일방적으로 안을 내놓는다면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호봉제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공공기관(338곳·임직원 31만2320명) 중 절반(150곳 안팎, 15만명 안팎) 가량이 시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