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처방표준슬림위원회’.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이 과감한 변화가 서울성모병원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3차를 뛰어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4차 혈액병원 면모를 지향하며 서울성모병원 압축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혈액병원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2018년 가톨릭의료원이 국내 최초로 혈액질환을 종합, 전문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전문병원을 설립하자 전국의 이목이 집중됐다.
암병원 산하에서 분리·독립, 올 3월 개원한 지 불과 9개월 밖에 안됐지만 환자들에게는 이 병원은 그야말로 없어선 안되는 너무나도 절실한 존재가 돼 버렸다.
가톨릭의료원은 기존의 혈액전문센터인 조혈모세포이식센터를 금년 초 ‘가톨릭 혈액병원’으로 지위를 격상하고 조직을 확대, 개편하는 결단을 내렸다.
"세계 최고 혈액암 4차병원 지향하면서 과감한 체질 개선 기반 독립된 의사 결정"
혈액병원 오픈 이후 가장 달라진 것은 독립된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수치로 평가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암병원 전체 실적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 평가다.
6개 행정부서로 독립되다 보니 복잡했던 절차가 간소해졌으며 이로 인해 혈액병원 운영 역시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급성백혈병센터는 급성골수성백혈병, 급성림프구성백혈병, 골수형성이상증을 만성백혈병센터는 만성골수성백혈병, 만성림프구성백혈병, 골수증식성질환을 림프·골수종센터는 림프종, 다발골수종, 형질세포질환을 재생불량성빈혈센터는 재생불량성빈혈, 발작성야간혈색소증, 혈소판질환을 이식·협진센터는 조혈모세포이식후 합병증, 감염질환, 장기 생존자 관리를 소아혈액종양센터는 소아청소년 백혈병, 고형암, 각종 혈액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한다.
초대 가톨릭혈액병원장에 만성골수성백혈병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가 임명돼 혈액병원을 이끌고 있다.
혈액병원은 다른 국내외 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에서 의뢰한 환자들이 몰려 ‘혈액암의 4차 병원’으로 불리운다.
1983년 국내 최초의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성공시킨 후 다양한 조혈모세포 이식술의 국내 최초 기록을 만들어 왔고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단일기관 7천례 조혈모세포이식을 성공시켜 국제적으로 명성을 높인바 있다.
또한 2001년부터 백혈병 표적항암제 치료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며 아시아 최초의 표적항암제를 개발, 최초의 임상시험을 시행하며 혈액질환 신약 개발에서도 선구자적 역할을 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더 유망하다. 특히 내년 4월 개원 예정인 은평성모병원에도 혈액병원이 선보여지며 하나의 네트워크로 브랜드를 공고히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의료진과 병상을 통합 운영하며 가톨릭중앙의료원 8개 부속병원의 혈액질환 전문진료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복안이다.
각 병원의 혈액내과, 소아청소년과, 감염내과, 호흡기내과 등의 협진과 함께 원무 · 보험 등 진료 지원부서 역시 각종 혈액질환자들을 체계적으로 통합 치료하는데 기여하게 된다.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각 혈액질환자에 따른 개인 맞춤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동종이식 등 고난이도 치료와 신약 글로벌 임상시험 중심, 은평성모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은 자가이식, 항암요법, 신약 임상시험, 합병증 환자 관리 중심의 치료를 차별적으로 제공하며 6개 부속병원은 동
일한 수준의 지역거점 혈액질환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2018년 서울성모병원 의료수입이 82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혈액병원 수입이 15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김동욱 병원장 “혈액병원 의료전달체계 정립에 모든 노력 기울이겠다”
“2019년은 정말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서울성모병원을 메인으로 은평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이어지는 그야말로 혈액병원의 ‘의료전달체계’ 정립에 총력을 쏟겠다.”
혈액병원 김동욱 원장은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 9개월 동안 숨 가쁘게 달려왔다. 재원일수를 줄이고 그 동안 불필요했던 절차를 간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소회를 밝혔다.
김 원장은 “사실 전국적으로 환자가 몰리면서 입원 대기 시간이 2배까지 늘어나면서 고민이 적지 않았다”며 “돌파구는 여의도성모병원과 같이 혈액내과를 병동 하나로 지정하는 등 은평성모병원에도 똑같은 시스템을 정
립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혈액병원 역사는 1983년 국내 최초로 성공한 조혈모세포이식부터 시작된다.
1983년 국내 처음으로 동종(형제간) 조혈모세포 이식에 성공한 센터는 자가조혈모세포이식(1985년), 타인간 조혈모세포이식(1995년), 제대혈이식(1996년), 비골수제거조혈모세포이식(1998년), 혈연간 조직형 불일치 조혈모세포이식(2001년)등 고난이도의 다양한 조혈모세포이식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시키며 한국 조혈모세포이식의 역사 속에 수많은 이정표를 세웠다.
수많은 역사를 써내려 왔기에 혈액병원 약진이 더욱 의미가 크다.
그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시도가 있다. 현재 혈액병원 내 6개센터 회진 시 교수들과 함께 보험팀이 합류키로 했다. 여기에는 건강보험 청구액 중 1년에 무려 ‘8억원’이나 삭감을 당하면서 이제는 불필요한 정책이나 과정을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는 중지가 모아져서다.
김 원장은 “처방을 비롯해 30년 동안 습관적으로 해왔던 행정절차까지도 대상이 됐다. 또한 시대가 바뀌면서 근거가 약해진 의료행위 등도 면밀하게 들여다보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꾸려진 것이 바로 ‘병동표준화슬림화위원회’, ‘처방표준화슬림위원회’다.
2018년 혈액병원의 매출은 현재까지 1500여 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방 대학병원 전체 매출액과 맞먹을 정도로 많은 수입이다.
현재 혈액병원 현황을 보면,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270병상, 여의도성모병원은 35병상이 운영되고 있는데 은평성모병원까지 개원하면 35병상으로 총 340여 병상이 가동된다.
하지만 김동욱 원장은 “은평성모병원 내 혈액병원은 100병상을 목표로 3개 병원에서 전체 400병상 규모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톨릭 혈액병원 설립으로 서울성모병원 등 가톨릭중앙의료원 부속병원 혈액질환 치료를 표준화하고, 혈액질환 진료 · 연구 역량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환자들이 부속병원 내 어느 병원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세계 최고 수준의 동일한 치료법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