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사진]이 고(故)임세원 교수 사망 사건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로써는 무방비 상태에 노출돼 있다"며 결코 한두 가지 법안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국가 재정 지원 필요성에 공감하며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답변했지만 일선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권준수 이사장은 9일 보건복지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입원치료든, 외래치료든 사법치료제 도입 제안과 함께 총체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문가 소견을 전제로 한 사법입원은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치료와 인권을 동시에 확보하며 치료중단으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권 이사장은 "환자가 강제로 입원당하는 것에 대해 굉장한 트라우마가 있어 퇴원하더라도 재발할 경우 강제 입원에 대한 분노를 가족이나 의사들한테 표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이런 일이 또 발생할 수밖에 없다. 외래치료명령제 등 법적인 부분이 없다면 실효성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폭언·폭행 등 경험하지만 신고는 10% 불과"
최근 학회 차원에서 600여명 이상의 의료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상당 수 의사들이 폭언과 폭행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권 이사장은 "이 같은 상황임에도 신고는 10%밖에 이뤄지지 않고 90%는 거의 묻히고 만다"며 "문제는 현재로썬 특별한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외래는 거의 무방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안전요원이 원내 배치돼 있지만 보건의료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이런 사건이 발생해도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권 이사장은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간호사 1인이 13명의 환자를 보고 있다. 퇴원 후 관리가 제대로 되기 힘들 정도로 법적인 제도가 없다 보니 파생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절대 한두 가지 법안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복지부는 체계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에 깊이 공감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전체 의료기관 내 사고 유형별, 진료과별 특성에 따른 심층 실태조사, 예방대책, 법·제도적 장치, 인식 개선 방안을 다각도로 의료계와 논의해 마련하겠다는 게 뼈대다.
박 장관은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와 폭행 발생률이 높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일반 환자에 비해 강도가 높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며 "사안이 중대한만큼 학회, 병협, 의협과 같이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단기성 대책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해결책을 마련할 방침"이라며 "이를 위해 여러 조사도 진행하고 있으며 윤곽이 잡히는 대로 국회에 보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책 역시 전반적으로 파악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장관은 "정신질환자에 대해 일차적으로는 전면 조사를 진행해 정확히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면서 "의료전달체계 정립을 비롯해 제도권 내 도입을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