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비급여 진료비 기준안 제시법에 대한 병원계의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줄세우기식 접근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2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보건복지위원장)이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 별 비급여 진료비를 조사 및 분석해 공개한다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데 따른 파장이다.
사실 정부는 앞서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지속적으로 확대 시행해 왔다.
지난 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893개 기관으로 확대하고 대상 항목도 기존 32개에서 52개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각 의료기관이 환자들에게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도록 한 것일 뿐 정부 차원에서 이를 의료기관별로 비교 분석한 종합적 결과를 제공하고 적정 금액기준을 제시한다는 내용은 아니었다.
반면 김춘진 의원의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기관별 비급여 진료비용 및 제증명수수료를 조사 분석해 그 결과를 공개하고, 적정 금액기준을 고시하는 항목을 신설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의료기관별 비급여 진료비 금액 차이가 크지만 객관적인 자료나 적정기준을 마련하는 법적 근거가 없어 환자들이 이를 비교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는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고, 이를 정부에서 비교·분석하고 적정기준을 제시한다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 소재 A 병원장은 “정부가 비급여 진료비를 기준으로 의료기관별 줄을 세우겠다는 것은 비급여 자체가 나쁜 것이라는 오류에서 비롯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적정가격 제시는 현실적으로도 맞지 않다”며 “서울 대형병원들의 비급여가 높은 상황에서 지방병원들도 여기에 맞추라는 것인지 무엇을 기준으로 정정비용을 산정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특히 환자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비급여 진료비가 공개된다 하더라도 여기에 의료기기, 의료진, 병원시설 등에 따른 질 차이가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B 대학병원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을 선택하는 데 있어 비용이라는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비급여 공개도 어느 정도 필요성은 있다”며 “그러나 병원별 수준 차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소재 C 병원장은 "의료기관별 비용을 비교한 자료가 공개되면 환자들에게 비싼 병원은 나쁜 병원이라는 선입견만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