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회용 내시경 생검 포셉(forceps)의 불법 재사용 문제가 불거진 이후 일선 병원에서 재사용 제품으로 대체하는 비율이 늘고 있지만 이 역시도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지적이다.
포셉(forceps)은 상처를 봉합할 때 조직을 고정하기 위한 핀셋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포셉은 내시경 검사 시 조직 채취를 위해 사용되는 제품이다.
얼마 전 1회용 포셉 재사용에 대한 공중파 보도와 국정감사 지적이 이어지면서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1회용 대신 재사용 가능 제품을 구비해 사용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의료 감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료기관들의 자정활동으로도 볼 수 있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내재돼 있다.
생검용 포셉은 상처를 포함한 내부 장기‧조직이나 혈액에 직접 접촉하는 의료장비인 만큼 고위험 의료기기로 분류돼 있다.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고위험 의료기기들을 재사용할 경우 반드시 ‘멸균’을 실시토록 고시로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재사용 가능 생검 포셉은 반드시 ‘소독’이 아닌 ‘멸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멸균’은 수술 기구에 묻어 있는 모든 세균을 제거한다는 뜻으로 ‘소독’보다 상위 개념이다.
하지만 다수의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바와 같이 의료 일선에서는 내시경 생검 시술 시 포셉을 멸균 절차 없이 소독액에 침적시키거나 물로만 세척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독 아닌 멸균 이뤄져야 하나 의료 현장서는 미진한 실정"
문제는 멸균 방법에도 있다. 국내 의료진 연구결과 대부분의 병원에서 행해지고 있는 EO Gas 멸균은 시행 후에도 포셉에 세균이 남아있어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일산병원 역시 이 방법으로 재사용 포셉을 소독하고 있었으며 대다수 병원들 역시 EO Gas 멸균법을 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사용 가능 포셉의 올바른 멸균법은 고압증기다. 이는 재사용 가능 생검 포셉의 제품 사용설명서에도 명기돼 있으며 관련 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이 된 사실이다.
하지만 일선 병원에서는 진료의 수월성 확보, 수가 부족 등을 핑계로 세척 혹은 소독 만을 실시하거나 올바른 멸균 절차를 시행하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생검용 포셉 사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달 28일까지 의료기관과 업체들을 대상으로 1회용 및 재사용 가능 제품 사용현황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는 1회용 생검 포셉 및 재사용 가능 생검 포셉의 판매 현황을 분석해 부정 재사용율을 비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미 병원들은 제제를 피하고자 정부의 대처보다 한 박자 빠르게 1회용 생검 포셉을 재사용 가능 생검 포셉으로 바꾸고 있다.
1회용 생검 포셉을 재사용해 단속을 당하느니 가격은 다소 높지만 재사용 관리 방침이 느슨한 재사용 가능 생검 포셉을 구입해 무제한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소독 멸균 시스템에 대한 구체적이고 강제성 있는 지침과 기준을 마련해 의료기관들을 관리, 감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감염사고를 근절하고자 한다면 관련 고시를 개정해 시설이 미비한 기과는 1회용 포셉만 사용토록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 인증평가 항목에 내시경실 소독 및 멸균 시스템에 대한 내용을 추가해 관리를 강화하는 것도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4월 한 방송을 통해 내시경 포셉의 불법 재사용 문제가 불거지자 대한의사협회는 “저수가 정책이 초래한 상황”이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당시 의협은 소화기내시경학회에 1회용 내시경 포셉 사용중지를 요청하는 등 매번 되풀이 되는 재사용 논란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병원들이 1회용 내시경 포셉을 재사용하는 이유는 건보공단에서 1회용 내시경 포셉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실제 현재 생검시술 보험수가는 8620원, 1회용 내시경 포셉 가격은 2만3000원인데 건보공단에서는 의료기관에 포셉 비용을 지불하지도 않고 환자로부터 비용을 받는 것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