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국경을 걸어 잠그고 ‘코로나 청정국’을 자처하던 북한이 첫 감염자가 발생사실을 인정했다. 오미크론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해 북한의 코로나19 관련 방역상황을 점검하고 추가 감염 차단을 위한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북한에서는 4월 말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지금까지 35만명의 발열자가 발생해 16만2200명이 완치됐으며, 현재 18만7800명이 격리 및 치료를 받고 있다.
또한 지난 12일 하루에만 전국에서 1만8000여명의 발열자가 발생하고 확진자를 포함한 6명이 사망했다고 보고돼 북한 내부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2019년 말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감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하던 북한이 확진 사실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열병이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됐다는 것은 이미 세워놓은 방역체계에도 허점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지역을 봉쇄와 확진자 격리 등 전파 차단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울러 보건·비상방역 부문에 발열자들의 진행상황을 치밀하게 관찰하고 과학적인 치료방법과 전략을 세우며 의약품 보장대책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방역체계를 '최대 비상방역체계'로 이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보건 위기상황을 하루속히 역전시키고 방역의 안정을 회복하는 것은 지상의 과업"이라며 "방역전쟁을 승리적으로 주도해 나갈 결심과 의지·전략전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인도적 지원, 공여 가능성 검토”
문제는 그동안 봉쇄정책을 펼친 북한이 백신접종을 진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치료제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심각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국제 백신 공동구매·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가 배정한 백신을 수용하지 않았으며, 미국과 한국 등의 백신 지원 의사에도 반응이 없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소식을 듣고 국내 잔여백신 공여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북한에 잔여백신 공여를 검토한 바는 없지만 필요시 관계부처와 협의해 공여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또한 북한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혔다.
권 후보자는 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어려운 상황을 이용하는 것은 도덕적 문제가 있지만 북한이 어려움에 처한 부분은 적극 도울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