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료원 산하 병원들이 코로나19를 겪으며 지역환자 이탈로 급여 지급도 어려울 정도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의료포럼 제5차 정책토론회 ‘대선과 지방선거 이후 한국 공공의료 전망’에서 정일용 경기도의료원장은 이 같은 상황을 전했다.
정 원장은 “2020년 초부터 감염병전담병원으로 기능하는 동안 취약계층 진료를 전혀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환자만 받다 보니 중장장애인 치료를 비롯해 무료 이동진료·가정간호·호스피스 병동 운영 등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난 5월 감염병전담병원 지정 해제 후 현재까지도 일반 지역환자 회복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간 환자를 다시 불러들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2019년도 허가병상수 기준 입원환자가 30%밖에 안 된다”며 “당해년 평균 가동률에 비하면 45%밖에 안 되며 수원병원은 기존 대비 30%에 그친다”고 전했다.
실제로 의정부병원은 당장 7월 직원 급여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매우 난처한 상황이고 수원·파주·포천병원도 하반기에는 급여 지급이 어려울 수도 있다.
"민간병원 수가 인상 대비 상대적 박탈감 커지는 등 토사구팽 심정"
지방의료원 동원 시 민간병원을 대하는 방식 때문에 박탈감은 더욱 커졌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 원장은 “지난해부터 민간병원 동원 시 수가를 엄청나게 올려주면서 재정 낭비가 심화됐다”며 “올해 4월부터 환자가 줄었지만 민간병원들이 빠져 나가질 않았고 공공병원부터 우선 철수시키지 않았냐”고 일침했다.
이어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생각난다”며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또 온다면 지방의료원은 지금처럼 모든 병상을 내놓고 문을 닫는 방식에 대해 거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원장은 지방의료원 정상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시급한 과제로 인프라 정비와 인력 충원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의료원 산하 병원들 규모는 ▲수원병원 167병상 ▲의정부병원 213병상(정신병동 70병상 포함) ▲파주병원 200병상 ▲이천병원 300병상 ▲포천병원 182병상 정도다.
"의사 절대 부족, 의대 정원 늘리고 PA 확대 불가피"
그는 “이 정도 소규모로는 필수의료 제공이 힘들고 시설이 노후화된 의정부·포천·수원병원의 경우 잦은 개보수로 인해 진료 연속성이 방해받고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이어 “감염병 대응 시 지방의료원은 동선 분리를 위해 2개 동을 기본으로 지어야 한다”면서 “의정부병원 이전 신축, 수원·포천·파주병원 증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 충원도 가장 어렵지만 가장 필수적인 과제다. 그에 따르면 현재 의료원 산하 병원들 대부분 상당한 인력 공백이 발생해서 일부 과는 아예 전문의가 없는 곳도 많다.
그는 “공공임상교수제를 시행하지만 의사 절대 수가 적은데 과연 잘 될지 모르겠다”며 “의사 충원을 위한 공공의대 설립 논의가 물려있었지만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본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나 의대 정원 확대마저도 수급 성과로 이어지려면 최소 10년 정도 경과되기 때문에 단기적 대책도 세워야 한다는 게 정 원장 입장이다.
그는 “분과, 전임의 제도 등 현재 의사 배출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며 “현실적으로는 외국 의사들을 들여오거나 지금 의사들이 하는 일을 간호사 및 진료지원인력(PA)에게 떼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